[시론]'CFD 사태' 재발을 막으려면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주가 변동 키워, 장점보다 단점 많아
美처럼 개인 CFD거래 허용 말고
조세회피·탈세 수단 악용시도 차단
시장 감시 시스템 고도화 서둘러야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미국 정부가 신속한 대응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았다. 부채한도 증액 우려로 미국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했고 미국 14위권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서 예금이 대규모로 인출되면서 이틀간 주가가 약 70%나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 불안은 한국으로 전이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40원을 돌파하고 증시도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난데없는 차액결제거래(CFD)발 우려가 국내 투자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지난주 CFD 거래의 반대매매로 SG증권 창구에서 대규모 매물이 나와 8개 주식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이 중 3개는 4일 연속 가격 제한 폭(30%)까지 떨어졌다. 코스피시장에서 4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사례는 2015년 6월의 가격 제한 폭 확대 이후 처음이다.


CFD는 주식을 실제 보유하지 않고 주식의 가격 변동 위험에 투자하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적은 증거금으로 주식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을 낼 수 있어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CFD의 기초자산인 주식 가격이 투자자가 베팅한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면 CFD 투자자는 대규모 손실을 볼 뿐 아니라 CFD 관련 반대매매가 이뤄져 주가 하락이 가속화되는 등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2021년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이 대표로 있던 아케고스캐피털이 미국 월가의 변동성을 증폭시킨 사건도 CFD 거래에 따른 반대매매에서 기인했다.


CFD 같은 장외 파생상품 거래는 원 주문 주체를 알 수 없어 통정매매·내부자거래 등 불공정 거래에 악용될 수 있고 대주주의 양도차익 과세 회피, 대량보유공시의무 회피 등 규제를 피하려는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처럼 CFD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와 금융 안정을 위해서는 CFD 시장의 건전화가 필요하다.


첫째, 투자자 보호를 위해 CFD 시장의 진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금융 당국도 CFD 거래의 위험성을 인지해 증거금률을 지속적으로 높여왔으나 개인투자자의 CFD 거래가 증가하는 것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CFD 같은 고위험 장외 파생상품 투자가 적합하지 않은 개인투자자에게는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갖췄더라도 CFD 거래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해 전문투자자 등록 요건을 완화했으나 모험자본 공급 취지와 달리 CFD 투자를 위한 전문투자자 등록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자국인의 CFD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최근 패키지형 소매투자상품(PRIIPS) 규정 개정으로 CFD가 1~7등급 중 가장 위험한 7등급으로 분류돼 해당 위험을 감내하기 어려운 개인투자자에게 CFD를 권유할 수 없다.


둘째, CFD 거래가 불공정거래, 조세 회피, 대량보유공시 회피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으려면 CFD 거래의 원 주체를 파악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거래소(KRX) 장외파생상품거래정보저장소(TR)에서 CFD 거래에 대한 보고 체계 강화를 검토할 수 있다. 또 증권회사에 일정 요건을 갖춘 CFD 주문을 의심 거래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STR)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자금세탁방지(AML) 제도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CFD 등 장외 파생상품을 활용한 조세 회피, 탈세 등의 범죄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셋째, CFD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을 위해 거래소 시장 감시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 만일 이번 CFD 관련 불공정거래 범죄를 사전에 파악하고 신속하게 조사할 수 있었으면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최소화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단순한 불공정거래 패턴만 탐지하는데 그친다면 코리아디스카운트는 사라지기 힘들다. 챗GPT를 필두로 한 AI 기술 발전으로 불공정거래 행위는 갈수록 지능화되고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 감시 시스템 고도화 등으로 시장 감시 기구의 역량을 강화해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를 신속히 적발,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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