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국가패권 결정…美, 섣부른 규제땐 中에 뒤처질 수도"

['스케일AI' 창업자 알렉산더 왕]
생성형분야는 수익창출 실험 단계
매출 10억弗 달성 기업이 승자될것

생성형 인공지능(AI) 붐과 함께 불거진 AI 규제 움직임을 두고 섣부른 AI 규제는 미국의 AI 경쟁력을 주저앉히고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AI 경쟁력이 국가 안보 등과 결합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3’에서는 AI의 잠재 위험성에 따른 규제를 두고 시기적으로 이를 뿐 아니라 지정학적인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심도 있게 다뤄졌다. 이날 패널 토론에서 생성형 AI 스타트업 스케일AI의 알렉산더 왕 창업자는 “AI가 모든 영역에서 경제적 변화를 일으키는 동시에 AI 경쟁력이 지정학적인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미국이 섣부르게 고삐를 조이면 중국에만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계 미국인인 왕 창업자는 “제2차세계대전 때처럼 신기술을 국방력·정보력 등에 통합할 수 있는 국가가 우위에 설 것”이라며 “중국은 통제되지 않는 답변을 AI가 내놓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면서 AI 알고리즘 품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는데 미국도 비슷한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1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컨 콘퍼런스에서 알렉산더 왕(오른쪽) 스케일AI 창업자가 섣부른 AI 규제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할리우드 배우 출신의 벤처캐피털(VC) 사운드벤처스 창업자인 애슈턴 커처도 “현재 미국은 영어의 문자 수 대비 초거대 언어 모델(LLM) 매개변수를 고려할 때 중국 대비 뚜렷한 AI 우위를 갖고 있다”며 “현재의 수준은 최종 목표인 일반 인공지능(General Artificial Intelligence)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규제가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커처 창업자는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운드벤처스 AI 펀드가 2억 4000만 달러(약 3200억 원)의 자금을 모아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 AI 펀드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를 비롯해 텍스트·이미지 변환 모델을 만든 스태빌리티AI, 구글이 대규모 투자를 한 앤스로픽 등 유망한 AI 스타트업을 포트폴리오로 삼으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아라티 프라바카르 과학기술정책 수석보좌관은 AI의 규제 방안을 두고 “신기술이 매우 강력하고 빠르게 움직일 때 사회를 뒤흔들기 쉽다”며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안전과 인권, 개인정보 보호까지 염두에 두고 숨을 고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시점까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AI 시대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까’라는 질문에 격론이 펼쳐졌다. 커처 창업자는 “고성능의 컴퓨팅 자원, 클라우드 용량, 특별한 인재 등 세 가지 핵심 요소에 대한 접근권을 지닌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동시에 사람들이 어디에 가려움을 느끼는지, 어디에서 행복을 추구하는지를 알아내고 이를 효율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 창업자는 “생성형 AI 분야는 이제 막 수익 창출 방법을 실험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며 “아직 오픈AI를 포함해 어느 곳도 10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먼저 달성하는 곳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로스앤젤레스)=정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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