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이어 이탈리아도 노동개혁 강행… 기본소득 축소·노동유연화 추진

伊내각 노동시장 개혁 법안 통과
단기계약 등 노동유연화 정책도
저소득층에만 소득세 감면 혜택
노조 "고용불안 부추길 것" 반발

1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에서 열린 노동절 행사에서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기본소득을 축소하고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정부가 노동절인 1일(현지 시간) 되레 기본소득 축소, 노동시장 유연화 등이 담긴 법안을 의결해 전국 각지에서 수천 명의 노동자가 반대 시위에 나섰다.


이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내각회의를 열고 ‘노동시장 개혁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핵심은 일자리가 없더라도 생계 유지가 가능하도록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정책인 ‘시민소득’을 축소하는 것이다. 멜로니 총리는 2019년에 도입된 이 제도가 재정 적자를 키우고 노동 의욕을 낮춘다고 비판해왔다.


초안에 따르면 18∼59세 빈곤층에 대한 시민소득이 현재 가구당 평균 월 550유로(약 81만 원)에서 내년 1월부터는 월 350유로(약 51만 원)로 대폭 삭감된다. 수령 기간은 최대 12개월로 제한되며 이 기간 직업훈련 프로그램 참여를 의무화했다. 단 미성년자, 60세 이상, 장애인 등이 있는 가구는 예외(최대 30개월, 월 500유로 이상)로 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는 두 개의 분리된 복지 프로그램을 갖게 될 것”이라며 부양가족 등 때문에 근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지 않는 경우 전보다 적은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멜로니 총리도 이날 “우리는 일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할 것”이라며 구직활동 장려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시민소득에 80억 유로(약 12조 원)를 지출했지만 간소화된 후에는 약 56억 유로가 들 것으로 추정했다. 개편안에는 단기(12~24개월) 고용계약 체결을 더욱 쉽게 하는 친기업적 정책도 담겼다.


지난 2021년 기준 이탈리아의 15~29세 청년층 중 구직을 단념한 이른바 ‘니트족’ 비율은 23.1%로 유럽연합(EU) 평균(13.1%)에 거의 두 배에 달했다. EU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시민소득의 규모를 축소하고 직업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야만 시민소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의 개혁 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신 연간 소득이 3만 5000유로(약 5160만 원) 이하인 경우 6개월간 소득세를 감면해주는 ‘당근책’도 함께 제시됐다. 저출산 대응 정책의 일환으로 유자녀 근로자에 대한 면세 혜택도 추가했다. 이탈리아 정부 측은 생활비 위기에 맞선 구체적 조치이자 “수십년 만에 가장 중요한 감세 조치”라며 월평균 최대 100유로의 감세 혜택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혜택 대상과 기간이 한정돼 광범위한 ‘채찍’ 개혁안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외신의 평가다.


이에 주요 노조와 야당 등은 정부가 노동자들을 생계 위기로 몰아넣고 비정규직이 양산돼 고용 불안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야당인 오성운동(M5S)의 당수인 주세페 콘테 전 총리는 “진지한 정부라면 노동절인 5월 1일에 젊은이들을 불안정한 삶으로 내몰아 집과 자녀를 갖고자 하는 꿈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최대 노조인 노동총연맹(CGIL)의 마우리치오 란디니 대표는 “이탈리아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은 것은 높은 세금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용 불안정 때문”이라며 이번 패키지 법안이 고용 불안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베르토 피코 전 하원의장은 멜로니 총리가 노동절에 노동법 개악에 나섰다며 이를 “도발”로 규정했다.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에 반발해 수도 로마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는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정부 건물에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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