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70조 ‘큰 손’ 美 안젤로고든 韓부동산 투자자문 진출

2006년 국내 상륙 후 17년만에 사업 확대
국민연금 3억弗 출자에 충북 물류센터 인수도


글로벌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로 명성이 높은 미국 안젤로 고든(Angelo Gordon)이 올 해 국내 금융 투자업 인가를 받고 부동산 투자 확대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안젤로 고든은 전세계에서 530억 달러(약 71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하는 대체투자업계 큰 손이다. 안젤로 고든은 지난해 국민연금으로부터 3억 달러(약 4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내 대규모 아시아 부동산 펀드를 조성, 최근 국내 물류센터에 첫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안젤로고든은 올 1분기 중 금융위원회에 투자자문업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펀드 자문 업무에 들어갔다. 2006년 서울에 처음 사무소를 내며 법인을 설립한 안젤로 고든은 2021년 회사 형태를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변경한 바 있다.


안젤로고든이 국내 부동산 투자에 이어 자문업까지 사업 보폭을 확대하는 것은 향후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 기회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대부분 기관 투자가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악화와 경기 침체 영향에 좀처럼 신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자금 조달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대형 글로벌 부동산 펀드를 보유한 외국계 운용사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 같은 시장 상황을 투자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해외 큰 손 기관투자가들의 중국 부동산 투자가 제한되고 있는 것도 외국계 운용사의 한국 투자 확대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1분기 중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LG전자의 창원 물류센터를 1090억 원에 인수했으며 브룩필드자산운용은 2020년부터 개발해온 인천 청라의 6500억 원 규모 물류센터를 올 초 매입했다.


안젤로 고든도 올 들어 국민연금이 3억 달러를 출자한 아시아 부동산 5호 펀드를 활용해 베스타스자산운용과 함께 충북 음성군의 DCL 중부 물류센터를 820억 원에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젤로 고든은 국내 투자 및 사업 확대에 발 맞춰 부동산 투자 전문가들을 향후 추가 영입해 인력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젤로 고든은 2006년부터 한국 사무소를 이끈 차상윤 대표가 17년 째 한국법인 수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최은규 전무가 공동 대표에 오른 바 있다.


앞서 안젤로 고든은 2018년 명동 국민은행 본사 빌딩을 마스턴투자운용과 2410억 원에 사들이며 부동산 투자업계의 관심을 받았으며 2021년 충정로 골든브릿지 빌딩도 약 1000억 원에 이든자산운용과 공동 매입한 바 있다. 2021년 인천 트라이포트 물류센터도 BNK자산운용과 함께 1600억 원에 사들여 국내에서는 처음 물류센터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안젤로 고든은 2020년 이지스자산운용과 강남에 위치한 삼성월드타워 아파트 한 동을 통째로 매입했다가 여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주택 가격 급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형 사모펀드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안젤로 고든은 이지스운용과 합의를 통해 수익을 내지 않고 곧장 매도하며 손을 뗐다.


부동산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 부동산 펀드를 보유한 외국계 운용사를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투자처를 많이 찾는 추세"라며 "안젤로 고든은 기존에도 한국에서 투자활동을 벌여왔지만 자문업 인가와 국민연금의 출자 등을 받으면서 신규 투자 발굴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상윤 안젤로고든 한국 대표/사진제공=안젤로고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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