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열리게 된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 행사를 코앞에 둔 영국이 들썩이고 있다. 이미 영국 전역은 축제 분위기다. 영국 정부는 이른바 ‘황금 보주(寶珠·구체로 된 왕실 장식품) 작전’ 하에 대대적 보안 경비를 준비하고 있으나 버킹엄궁 경내로 탄약통이 투척되는 등 긴장감도 감돈다.
영국 BBC는 2일(현지 시간) 왕실 발표를 인용해 6일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열리는 찰스 3세의 대관식에 총 2200명이 참석하며 국가원수 100명을 포함한 203개국 대표가 영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영연방인 캐나다·호주·뉴질랜드 총리와 독일·이탈리아 대통령 등이 명단에 올라 있다. 중국에서는 한정 부주석이 대표로 참석한다. 그는 영국 방문 기간에 제임스 클레벌리 외무장관과 회담하며 홍콩·신장위구르 문제 등 여러 사안을 다룰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는 한덕수 총리가 초청됐다.
반면 러시아·이란 등의 정상은 초대받지 못했다. 서방과 불편한 관계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찰스 3세가 재단 기부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던 카타르 왕족도 초대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불참 의사를 밝혔으며 질 바이든 여사가 존 케리 기후특사와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올 초 왕실 내 차별 등을 폭로했던 해리 왕자의 아내 메건 마클은 아들 생일을 이유로 오지 않는다.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보안도 철저히 준비 중인 가운데 AFP통신은 이번 대관식을 위한 보안 작전이 최근 몇 년간 영국에서 시행된 것 중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다. 당국은 전역에서 경찰관 수천 명을 집결시키는 등 치안력을 총동원하고 있으며 대관식 당일에는 경찰 수백 명을 웨스트민스터사원 근처에 배치하고 옥상 등 곳곳에 저격수도 둔다. 3일 새벽에는 국왕의 마차가 런던 거리를 이동하는 ‘왕의 행렬’ 리허설도 열렸다. 찰스 3세 부부가 대관식 당일 탈 황금 마차 ‘다이아몬드주빌리코치’도 모습을 드러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버킹엄궁과 트래펄가광장을 잇는 ‘더 몰’에 구경꾼이 몰렸으며 이미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는 왕실 팬들이 설치한 텐트도 15개가량 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 남성이 이날 버킹엄궁 경내로 산탄총 탄약통으로 보이는 물체를 던졌다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더 선은 목격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 남성이 지난 며칠간 궁전 밖에 머물러왔으며 “왕을 죽이겠다”고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축제 분위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찰스 3세가 대관식장으로 향하는 행렬을 보기 위해 수천 명이 근처 쇼핑몰과 버킹엄궁 주변에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대관식 며칠 전부터 버킹엄궁 근처에서 야영 중인 런던 남부 스트리탐에 사는 존 로리(68)는 가디언에 “대관식을 70년간 기다렸다. 매우 특별한 행사”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로 인한 경제적인 영향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영국은 주말 이후 8일까지 공휴일로 지정한 상태다. BBC는 이번 주말 호텔·레스토랑·펍 등의 매출 증가 폭이 약 3억 5000만 파운드에 이르고 이 기간 미국에서 오는 관광객도 전년 대비 14% 늘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경제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왕실 대변인은 행사로 인한 지출 유발 효과가 10억 파운드로 예상된다고 밝힌 반면 컨설팅사 판테온이코노믹스는 공휴일 지정 등의 영향으로 영국의 5월 국내총생산(GDP)이 전월 대비 약 0.2%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