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내 금리인하가 부적절하다는 발언에 하락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25%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55% 떨어졌는데요.
이날 연준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다음 번에 금리인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힌트와 함께 데이터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했는데요. 추가 금리인상을 할 수도 있다는 식의 발언을 잊지 않아 전체적으로 매파 색채를 띄었죠.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3’을 취재하고 있어 오늘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용 중심으로만 전해드립니다.
5월 FOMC에서 알아야 할 7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성명에서 ‘연준은 약간의 추가적인 정책 조치가 2% 인플레 타깃으로 가기 위해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정책에 도달할 수 있는 적절할 길이라고 예상한다→추가적인 정책조치 결정이 2% 인플레 타깃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적절’로 수정. 파월 의장 이를 “의미있는(meaningful) 변화"라고 강조. 현 실질금리 2%는 중립금리보다 상당히 높음→해석: 5월을 끝으로 6월에 금리인상이 중단될 수 있음을 의미. 파월이 직접 “의미있는 문구 변화”라고 했다는 점이 중요.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정책이라는 문구가 사라진 것은 확신은 없으나 그 언저리라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 유지 정도만 해도 되며 추가 인상이 불필요하다는 의미
② “우리는 더 큰 통화긴축이 필요하다면 더 많이 할 준비가 돼 있다(prepared to do more)”. “정책이 충분히 제한적인지는 계속해서 평가할 것. 추가 데이터 필요”→해석: 매파 기조를 유지하는 모습. 6월에 금리인상을 중단하더라도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미리 관리. 실제로 데이터에 따라서는 추가 금리인상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님을 의미. 이 부분이 주가 약세에 한 원인으로 작용
③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그렇게 빨리 내려간다고 보지 않고 있어.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이 전망이 대체로 맞다면 금리인하는 부적절(not appropriate)하며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 “우리의 인플레이션 타깃은 계속 2%이며 여기까지 갈 길이 멈”→해석: 지금 전망대로라면 연내 금리인하 없어. 물가가 빨리 내려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추가 인상은 없어도 최소 긴축적 상황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 이날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
④ “경기침체 피할 가능성이 더 높아. 현재는 과거와 달라 노동시장이 크게 악화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기 때문. 노동 초과수요 있고 구인건수 여전히 강해”, “연준 직원들의 침체 전망은 독립적이며 내 생각과는 달라. 다만 이는 건강한 것”→해석: 연준 내부 판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는 의미로 사실상 침체 예상은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 꽤 이례적
⑤ “미국 은행 회복력 있고 건전하나 앞으로 몇 주 동안 중소 은행에서 신용경색이 있을지가 중요한 관건”, “8일에 시니어 론 오피서 서베이가 나오는데 당국자들이 그동안 언급했던 흐름과 비슷. 대출 늘고는 있으나 증가폭 감소”, “은행 위기 이전인 작년부터 금융시장이 긴축됐는데 이는 경제활동과 고용, 인플레에 영향을 줄 수 있음. 다만 그 정도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어. 우리는 은행시스템을 매우 신중히 모니터링할 것”→해석: 지역은행발 신용공급 감소 부분을 상당히 눈여겨 보고 있음. 은행의 긴축 때문에 연준의 금리인상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
⑥ “일부 참석자가 부채한도 문제의 리스크를 제기”, “부채한도는 적시에 인상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며 전례가 없는 일(문제)이 될 것", “연준이 부채한도 인상 실패로부터 경제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해석: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제시한 디폴트 예상 가능 일자가 다가오면서 이것이 시장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음은 인정하나, 정치권이 빨리 해결하라고 압력. 연준은 개입의사 없다는 점 재확인
⑦ “임금인상률은 둔화 신호있어. 임금이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슈퍼코어 인플레 둔화하고 있으나 아직 높아"→해석: 임금과 인플레이션의 연쇄상승 고리는 사실상 없다고 판단. 임금 좀 더 둔화할 필요 있으나 낮아지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FOMC였습니다. 이날 파월 의장은 미국 은행 시스템이 건전하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는데요. 금리를 올렸지만 신용긴축 문제에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장치죠.
그는 “오늘 금리인상 중단에 대한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성명의 문구 변화가 상당히 의미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추가적인 정책조치가 적절하다고 예상한다’는 말을 ‘적절한 추가 조치를 정하는 데’로 표현 수위를 낮춘 건데요.
트레이드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은 “은행 부문 상황과 인플레이션 둔화를 고려하면 이번이 마지막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고, 아메리벳 증권의 그레고리 파라넬로 역시 “성명서의 표현 변화는 우리의 예상과 일치했고 이는 긴축 사이클의 끝을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오전 일찍 3.90%대까지 올라갔던 2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3.83% 선까지 하락했는데요.
연준이 지역은행발 위기를 눈여겨 보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죠. 파월 의장은 이날 “원칙적으로 은행들의 대출축소가 금리인상 효과를 낸다”며 앞으로 몇 주 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했는데요. 8일에 나올 ‘시니어 론 서베이(Senior loan Survey)’에도 대출 증가폭이 줄어드는 우려가 담길 것으로 보이기에 연준이 신중해질 것이라고 보는 거죠.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CEO는 “지역은행 위기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팩웨스트 뱅크콥(-1.98%)은 매각을 포함해 전략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장마감 후 한때 58% 넘게 폭락했죠. 파월은 강한 고용보고서가 연준의 금리인상을 다시 촉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미 많이 왔다(we've moved a long way)”라며 “이날 금리인상은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 사이에서) 리스크 밸런스를 맞출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쯤에서 빌 더들리 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생각을 들어볼 필요가 있는데요. 그는 이날 블룸버그TV에 “오늘의 메시지는 연준 인사들도 금리인상 중단이 적절한지 아직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실제 파월 의장은 지금 통화정책이 충분히 제한적이라는 생각을 어느 정도 갖고 있으면서도 확신하지는 못하며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얘기했는데요. 파월이 “추가 금리인상이 가능하다”고 한 부분은 시장이 앞서 나갈까봐 제어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안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일단 던져 놨으니 파월 입장에서는 언제든 빠져 나갈 구멍(금리인상)을 만들어 놓은 것이죠. 말 장난 같지만 추가 인상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연준이 잠재적인(potential) 금리인상 중단의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는데요. 기사에 ‘잠재적인(potential)’이라는 단어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적지 않습니다.
시장의 생각은 일단은 6월 추가 금리인상 우려 쪽에 쏠려 있습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5시36분 현재 6월 FOMC에서 0.25%p 추가 인상을 해 기준금리가 5.25~5.50%가 될 확률이 68.3%에 달하는데요. 전날 0%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럼에도 7월부터는 다시 금리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는데요. 12월에는 4.25~4.50%를 점치는 이들이 38.9%로 가장 많습니다. 지금 상황대로라면 연말까지 최대 1%p의 금리인하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파월 의장이 대놓고 아니라고 하니까, “그래 한 번은 더 올릴 수도 있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인하 카드를 버리진 않은 겁니다. 파월 발언을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은 건데요.
관점의 차이는 경기와 인플레이션에 있을 겁니다. 먼저 파월 의장은 여전히 강한 노동시장을 근거로 “이번은 과거와 다르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보지만 월가는 그렇지 않은데요. 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죠. 반면 파월 입장에서는 침체가 없다면 인플레이션이 아직 높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겠죠.
파월은 인플레이션에 진전이 있고 이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아직 갈 길이 더 남았다고 봅니다. 글렌 메데의 제이슨 프라이드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할 수는 있지만 아직 피벗(금리인하)은 아니”라며 “연준은 추가적인 통화긴축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전보를 쳤지만 금리인하는 아직 테이블에 없다는 점을 알렸다”고 해석했는데요.
연장선에서 금리인하보다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의 에릭 위노그라드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확실히 연준은 여전히 긴축에 무게가 쏠려 있다. 그들은 통화정책이 충분히 제한적인지 데이터로 확인하고 싶어하고 그것은 인플레이션 둔화와 고용둔화, 대출감소가 될 텐데 당분간은 금리인상 가능성이 인하보다 높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파월이 금리인상 중단 가능 신호를 준 것은 분명합니다. 현재로서는 금리인상 중단에 거의 다 왔다고 보되, 추가로 들어오는 데이터와 은행 상황을 좀 더 보긴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금리선물시장도 6월 인상 전망이 훨씬 높아 헷갈리는 측면이 있죠. 더들리 전 뉴욕연은 총재의 말처럼 연준은 대충 어떤 게 맞는지 감은 잡고 있으나 확신까지는 2% 부족한 듯합니다.
※밀컨 콘퍼런스 취재 일정에 전체적인 내용이 분석보다 정리 쪽에 가깝습니다. 평소보다 부족하지만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내일은 뉴욕으로의 복귀 때문에 기사가 쉬고 한국시간 6일(토) 오전, 고용보고서를 갖고 돌아오겠습니다. 깊이 있는 분석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