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4일 계열사인 현대제철 당진공장을 방문했다. 전기차 등 모빌리티 전환 시대를 맞아 철강 소재의 개발 현황을 점검하기 위한 행보다. 현대제철은 고부가 자동차 강판 상용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충남 당진 현대제철 공장을 찾았다. 당진공장은 국내 최대 철근 생산 거점으로 자동차 강판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정 회장은 이곳에서 자동차 강판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철강 분야의 신소재 개발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안전한 초고강도 철강제품 개발을 제시했다. 전기차·수소차·미래항공모빌리티(UAM) 등 모빌리티 확장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모든 모빌리티에 쓰이는 차세대 철강 소재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현대제철은 고부가 소재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연간 연구개발(R&D)비는 2020년 1425억 원, 2021년 2053억 원에서 2022년 2456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보다 가벼우면서도 강한 철강 소재 양산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미래차 핵심 소재로는 경량화와 고강도에 강점을 가진 핫스탬핑 강판이 꼽힌다. 핫스탬핑이란 고온으로 가열된 강판을 프레스로 눌러 성형한 다음 급랭시켜 강도를 높인 강판을 말한다. 고로에서 나온 냉연 강판으로 만들며 자동차용 강판 등 고부가가치 강판에 쓰인다. 이 소재는 차량을 가볍게 할 뿐 아니라 자동차 충돌 시 승객의 안전성을 확보해준다.
현대제철은 올 3월 세계 최초로 1.8㎬(기가파스칼) 프리미엄 핫스탬핑강 양산에 성공했다. 이 소재는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과 최고급 세단 G90에 탑재됐다. 이를 통해 고급 차량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벼우면서도 안전성이 높은 차체가 구현됐다. 기아의 신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에도 핫스탬핑 부품이 적용됐다. 전기차는 배터리로 인해 내연기관 모델에 비해 10% 이상 무거운 만큼 철강 소재의 경량화는 더욱 중요해졌다.
현대차·기아와 현대제철 간의 협업은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현대제철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기초소재연구센터는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해 가열로의 온도를 50도 이상 낮춘 특화 공법을 개발해 부품 생산에 적용했다. 현대제철의 한 관계자는 “강판 제조사인 현대제철과 현대차·기아가 남양연구소를 중심으로 공동 연구하며 시너지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자동차 강판 사업으로 경기 침체의 파고를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33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1% 감소했다. 하지만 자동차 판매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강판 판매가 지난해보다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자동차 강판 판매 목표를 국내 440만 톤, 글로벌 110만 톤으로 잡았다. 현대제철 측은 “올해 남은 기간 어려운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가 절감과 수익성 중심의 제품 판매 전략을 통해 실적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라며 “2분기 이후 자동차 강판과 조선용 후판 등은 생산 비용을 고려해 상향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