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연루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4일 대국민 사과 기자 회견을 열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김 회장은 4일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039490)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우데이타(032190) 지분 대량 매도로 주가 조작 의혹 연루설까지 제기되자 "높은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는 한 그룹의 회장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고, 다우데이타 주식 매각 대금(605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한다” 며 “향후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의 조사에 숨김과 보탬 없이 적극적이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주식 매각에 대해 제기된 악의적인 주장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하고자 하였으나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은 주주와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도 과정에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모든 분들께 상실감을 드린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3분 가량 사과문을 읽으면서 수차례 허리를 굽혔지만 질의 응답은 받지 않고 곧장 퇴장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날 SG발 폭락 사태의 주가조작 세력과 부당이득 수혜자를 철저히 색출해 엄정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김 회장이 연휴 전날 저녁에 전격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 모양새만 취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식 매각 대금의 사회 환원 방식이나 시기 등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4월 20일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를 주당 4만 3245원에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해 총 605억 4300만 원을 확보했다. 당시는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하기 2거래일 전이었다. 김 회장의 절묘한 매각 타이밍을 놓고 시장에선 ‘주가 폭락 사태를 예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주가조작 세력의 핵심인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는 김 회장이 주가 폭락 사태의 배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김 회장의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블록딜로 지난달 20일 사들인 해외 투자가들도 ‘날벼락’ 같은 주가 폭락 사태에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검찰과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에 대해 수사를 벌이자 당시 지분 매입을 ‘비정상 거래’로 분류해 김 회장측에 손해 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을지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4월 5일부터 블록딜을 준비해 자체 실사와 법률 검토 등을 거쳐 19일 내부 심의를 완료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0일 미리 확보한 기관 등 해외 투자가들에 거래 진행을 통보하면서 블록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외국인 매수 후 2영업일 만에 다우데이타가 첫 하한가를 기록한 뒤 주가 폭락 사태가 이어지면서 4일 종가는 1만 5930원까지 추락했다. 김 회장의 지분을 사들인 외국인 투자가의 손실은 38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블록딜을 주선한 모건스탠리 역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 모건스탠리 입장에서 법적 책임은 없지만 실사와 해외 매수자를 찾는 작업을 주도했기 때문에 고객 신뢰 측면에서 상당한 타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