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인도의 3대 혁명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정부 주도 디지털 신분증·SOC와
인터넷 확산, 인구대국 성장 이끌어
여성·일자리 문제는 당면 과제로



미국과 유럽이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인도는 미래에 대한 기대로 설렌다. 중국을 제치고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거느린 국가로 떠오른 인도의 다음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경제 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인도는 올해의 경제성장률을 5.9%로 전망한다. “인도의 시대가 찾아왔다”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최근 선언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인도는 지난 20여 년 동안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른 성장세를 유지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인도 경제는 일련의 혁명으로 성장 가속 엔진을 달았다.


첫 번째 혁명은 아드하아르로 불리는 정부 주도의 정교한 디지털 신분 증명 프로그램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폴 로머에 따르면 아드하아르는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신원확인(ID) 프로그램이다. 인도 성인의 99.9%가 가입한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제는 누구든 단 몇 분 만에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가 소유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가입자 개인 정보를 제3자와 공유해 영리를 취하는 서방국의 디지털 플랫폼과 확연히 구별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지오 혁명이다. 재계의 리더인 무케시 암바니는 자신의 통신 서비스사인 지오(Jio)를 통해 모바일 스마트폰과 데이터 패키지를 최저가로 제공해 대다수 인도인의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했다. 이에 따라 인도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7억 명 선을 넘어섰다.


세 번째는 기반 시설 혁명이다. 도로와 공항·기차역을 비롯한 각종 기반 시설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예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4 회계연도 이후 정부의 설비 투자는 다섯 배, 전국 고속도로 건설은 두 배로 늘어났다.


이들 3대 혁명이 인도를 확실하게 바꿔 놓을 것이다. 하지만 최상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주변인의 삶을 살아가는 수백만 명의 인도인들을 수용하는 고난도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2019년 현재 인도 전체 인구의 45%에 해당하는 6억 명이 하루 3.65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아드하아르의 설계자인 난단 닐레카니는 상향식 접근법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100개의 새로운 공장을 지어 수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중국의 하향식 접근법이 아니라 전국에 산재한 수백만 개의 영세 업체들이 아드하아르를 통해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하게 유도하는 방법이다. 1000만 개 영세 기업들이 대출을 받아 업체당 두 명의 직원을 채용한다면 당장 20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는 얘기다.


더 시급한 것은 사회 활동에 제약을 받는 여성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내는 일이다. 인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난 20년 사이에 30%에서 23%로 떨어졌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 연구 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여성과 남성의 노동 참여율 격차를 줄일 경우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이 30년에 걸쳐 30%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