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반도체 ETF 美 팔고 韓 산다

美 ETF 350억 순매도한 반면
국내 상품엔 300억 넘게 몰려
삼성 메모리 업황 반등 기대감

개인투자자들이 2분기 저점을 찍고 반등 전망이 쏟아진 국내 반도체 기업 상장지수펀드(ETF)에 수백억원의 뭉칫돈을 투입한 반면 미국 반도체 ETF는 차익 실현을 겨냥해 매도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달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라인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

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4월 3일~5월 3일)간 ‘TIGER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나스닥 ETF’ 335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ETF는 엔비디아, AMD 등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 30여곳에 투자한다. 순자산이 1조 5000억 원 이상으로 국내 상장 반도체 ETF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같은 기간 ‘KODEX 미국반도체 MV’에서도 개인 자금이 16억원 가량 빠져나갔다.





개미들은 미국 반도체에서 자금을 빼는 한편 국내 반도체 ETF에는 수백억 원을 쏟아붓고 있다. 개인은 최근 한 달간 ‘TIGER Fn반도체 TOP10 ETF’ 181억 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ETF는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10곳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으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비중만 50%가 넘는다. 같은 기간 KODEX 반도체, KBSTAR 비메모리반도체액티브에도 각각 113억 원과 14억 원의 개인 순매수세가 몰렸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감산 선언 이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인식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확대되며 관련 ETF에도 매수세가 몰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챗GPT 열풍에 힘입어 연초부터 큰 폭으로 올랐던 미국 반도체 ETF는 차익 실현을 위해 매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TIGER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 나스닥 ETF는 연초 이후 26.42% 올라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11.85%)을 압도했다.


증시 전문가들 역시 국내 반도체 업황의 개선을 점치며 관련 기업 투자를 늘릴 것을 추천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D램, 낸드 재고는 2분기에 정점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이전에도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정점을 기록한 분기부터 삼성전자 주가 상승세가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고 정점 시기가 비중 확대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 본부장도 “향후 반도체 수요 회복세 등을 잘 파악해 반도체 ETF에 분산 투자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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