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에테제너랄(SG) 증권 매도 폭탄 사태의 나비효과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키움증권의 모회사인 다우키움그룹의 김익래 회장이 전격 사퇴하고 차익은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특히 연휴 전날 기자회견을 소집하는 등 ‘급했다’는 정황도 있습니다. 김 회장이 이번 사태와 연루됐다는 추측이 이어지자 키움증권을 비롯한 다우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 시총이 5000억 원 가량 증발한 것이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번 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SG증권 매도 사태와 김익래 회장의 사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김익래 회장은 4일 대국민 사과 기자 회견을 열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는 “높은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는 그룹 회장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고, 다우데이타 주식 매각 대금(605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회장의 기자회견은 그야말로 긴급하게 진행됐습니다. 평소 김 회장은 언론에 잘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룹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긴 채 은둔의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런 그가 직접 나와 사과 기자회견을 연다는 공지는 기자회견 한 시간 정도 전인 5시 20분을 전후에 알려졌습니다. 그야말로 급박하게 진행됐습니다.
김 회장은 이날 3분 가량 진행된 사과문 낭독 이후 별도 질의 응답 없이 퇴장했습니다. 사전에 미리 정해진 내용만 전달하고, 그 외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셈입니다.
김 회장이 기자회견을 연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이날 사과문 내용을 보면 일부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는 “주식 매각에 대해 제기된 악의적인 주장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하고자 하였으나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은 주주와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지했다는 이야기 입니다.
실제로 다우그룹 내 상장 계열사 주가는 최근 급락했습니다. 키움증권이 대표적입니다. 키움증권 주가는 4월 19일부터 11거래일 연속 하락 중입니다. SG 매도 사태가 터진 24일(-4.5%) 이후로 보면 8거래일 연속 내렸습니다. 키움증권 주가가 8거래일 연속 하락한 것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9월 16~9월 25일 이후 처음입니다. 11거래일 연속 하락은 역대급 기록입니다. 키움증권의 시총은 지난달 21일 2조 7451억 원에서 이달 4일 2조 3335억 원으로4000억 원 가량 증발했습니다. 주가는 10만74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17.1% 급락했습니다.
다우그룹 내 7개 계열사 중 SG증권 발 매도 폭탄을 맞은 다우데이타를 제외한 6곳(키움증권, 다우기술, 키다리스튜디오, 사람인, 한국정보인증, 와이즈버즈)의 시총은 같은 기간 4조 5028억 원에서 3조 9685억 원으로 5343억 원(11.8%) 증발했습니다. 하루에 667억 원씩 시총이 사라지고 있는 셈입니다. 키움증권이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충당금을 수천억 쌓아야 할 것이란 전망과 김 회장 사태가 직접 영향을 줬을지는 살펴봐야겠지만, 그룹 전체에 대형 악재가 터진 것은 분명한 상황입니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키움증권 주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키움증권 종목 토론방에는 “키움증권을 외국계 증권사에 팔아라, △△증권이 사가라”, “개미들이 업계 1위 만들어줬더니 개미 등처먹는 키움” 같은 불만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키움증권의 소액주주수는 지난해 말 기준 4만 92명입니다. 나머지 6개 상장사까지 포함하면 총 14만6012명 입니다. 김 회장이 SG 매도 사태와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직간접적으로 계열사 주가에 영향을 줬다면 소액 주주 입장에서는 피해를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키움증권에 대해 기관들은 14거래일 연속 순매도 중입니다. SG사태가 벌어지기 1주일 전인 4월 14일 9610주를 시작으로 4월 28일에는 10만 주를 순매도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키움증권을 순매수 중입니다. 개인은 지난달 21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외국인은 지난 달 12일 이후 16거래일 연속 순매수 중입니다. 최근 열흘 기준 개인은 누적 168억 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286억 원을 사들였습니다.
SG사태는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한가를 맞은 종목의 주가는 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 중 주가가 ‘빠질 만큼 빠졌다’는 생각에 ‘하한가 따라잡가(하따)’에 나선 개인들 대부분은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SG증권 사태 첫 날인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3일까지 7거래일 동안 개미들은 8개 종목들을 총 3200억 원 넘게(3249억 원) 사들였는데요. 6종목은 현재 마이너스 수익권입니다. 선광의 평균매수가격은 3만 9300원으로 4일 종가(3만 2150원) 대비 18.2% 낮습니다. 대성홀딩스와 서울가스도 13.7%의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림지주(-8.9%), 다우데이타(-7.6%), 세방(-1.3%)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삼천리를 매수한 개인들(14만 2400원)은 4일 종가(14만 6700원) 대비 3%가량 수익을 보는 중으로 보입니다.
반대매매 금액도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으로 위탁매매 미수금 가운데 반대매매 금액은 597억 2000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금투협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4월 이후 최대치입니다.
지난달 25일 193억 7000억 원 수준이었던 반대매매 규모는 같은 달 26일 350억 700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돈을 내지 않고 산(미수거래) 주식의 결제 대금을 내지 못했을 때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거래입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살 경우 개인 투자자는 2거래일 안에 대금을 갚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증권사가 이튿날 주식을 자동으로 팔아버립니다.
SG증권 사태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청구서를 받게 된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에 채권 추심을 유예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단순 투자 리스크가 아닌 주가조작 범죄로 인한 피해라는 것이 투자자들의 호소입니다. 현재 법무법인 대건에 접수된 피해자만 50여명이며, 이들이 추심받는 금액도 100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