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중진국의 함정


세계은행이 2006년 아시아경제발전 보고서를 통해 ‘중진국의 함정(Middle Income Trap)’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개발도상국이 경제 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가 중진국 수준으로 진입한 뒤 성장이 장기간 정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086~1만 3205달러 수준의 나라는 중진국으로 분류된다. 세계은행 등은 1960년대 중진국으로 평가되던 114개 국가 가운데 2008년까지 중진국 함정을 성공적으로 탈출한 나라는 한국과 아일랜드·대만·싱가포르 등 13개국뿐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개발 초기의 성장을 지속해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외신들은 잇따라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3.0%에서 올해 5.2%로 반등하지만 2024년 4.5%, 2027년 3.8%, 2028년 3.4%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2015년 7%의 경제성장을 뜻하는 ‘바오치(保七)’도 폐기한 중국이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IMF는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 노동인구 감소와 노동 생산성 하락 등을 꼽았다. 이는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 등으로 중국의 수출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중국 일부에서는 전기자동차 산업의 급성장 등으로 인해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전체주의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미래 경쟁력을 낙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우리나라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3만 2237달러)에서 대만(3만 2811달러)에 18년 만에 추월당한 만큼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하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가량으로 추락했다. 국론을 모으고 초격차 기술과 인재 육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점화해야 우리 경제의 뒷걸음질을 막을 수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