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004170)·현대 등 대형 유통 3사가 야심 차게 뛰어들었던 리빙·가구인테리어 부문에서 기대에 미치는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이고 있다. ‘코로나19’ 특수와 함께 장밋빛 전망이 예견됐던 가구 업종이 금리 인상으로 소비 시장이 얼어붙자 충격을 고스란히 받는 모습이다. 특히 롯데, 신세계가 투자한 한샘(009240)과 신세계까사는 연이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비중이 큰 현대백화점의 지누스는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난다. 인수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는 건 이르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입장이지만 단기간 성과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올 1분기 15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이다. 매출도 4693억 원으로 10.8%나 빠졌다. 이로써 3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게 됐다. 한샘은 지난해 217억 원 규모의 연간 영업손실을 보이며 20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한샘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부동산 경기 악화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샘은 오랜 공백을 깨고 롯데가 인수에 나선 업체로 평가된다.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1년 전 인수할 때 롯데쇼핑(023530)과 롯데하이마트(071840)가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가 각각 2595억 원, 500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인수 이후 달라진 업황에 한샘의 실적, 재무, 주가 등 지표는 악화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는 각각 1410억 원, 271억 원의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난다.
신세계까사도 매한가지다. 신세계는 2018년 1840억 원을 들여 까사미아를 인수했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첫 인수합병(M&A)이라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당시 10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던 회사를 2023년까지 4500억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꺼냈지만 신세계그룹 편입 이후 5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도 매출은 26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5% 늘었지만 277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폭을 키웠다. 이에 신세계는 작년 4월과 올 2월 연이은 증자를 통해 620억 원의 자금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지누스는 이들과 비교하면 다소 나은 모습이지만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관측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790억 원을 투자해 지누스 지분 약 36%를 사들였다. 현대리바트 등과 함께 그룹의 리빙 분야를 2030년 5조 원 대로 키우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누스는 지난해 매출은 1조 159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18% 늘었고 영업이익은 656억 원으로 11.8% 줄었다. 작년 4분기에는 5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사업 비중이 80%를 넘는 미국에서 수요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재고자산이 늘어나자 상황이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 부진한 모습을 보이지만 아직 성과를 평가하긴 이르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뛰어든 것인데 벌써 아픈 손가락 취급하는 건 과도하다”면서도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백화점, 온라인 등 기존에 없던 유통 채널과 접목하고 고급화에도 힘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빠른 시간 안에 회복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 또한 적지 않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가구는 교체 주기가 긴 상품인데 코로나 시기에 수년 간에 있을 소비를 당겨 쓴 것으로 생각된다”며 “부동산 시장 회복 등 시장 상황이 개선되야 본격적으로 반등 국면에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