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 읽어본 적 있는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가 1인 뮤지컬로 돌아왔다. 지난달 29일 개막한 뮤지컬에서는 3명의 배우가 선보이는 각양각색의 연기가 넓은 무대를 가득 채우며 사랑의 가치를 되새기는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뮤지컬 ‘어린왕자’에 이어 올해 HJ가 초연으로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 ‘행복한 왕자’는 오스카 와일드가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진행되는 공연에서는 뮤지컬 배우 양지원·이휘종·홍승안이 뮤지컬 속 모든 인물을 홀로 연기하며 80분의 공연 시간을 채운다.
작품의 이야기는 와일드의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도시의 광장에 세워진 ‘행복한 왕자’ 조각상에 ‘제비’가 날아들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을 큰 줄기로, 도시 속 슬픔과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비춘다. 왕자는 제비에게 돈이 없는 이들에게 자신의 몸에 박힌 보석을 대 전달해달라고 부탁한다.
3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제작사 대표인 한승원 HJ컬처 대표는 “'이 작품은 모임 나갔을 때 벽보에 ‘둘리’보다 ‘고길동’이 이해가 되면 어른이 된 것'이라는 메시지가 인상 깊어 만들게 됐다”면서 “어른이 돼도 동심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어른이 됐다는 이유로 밀어내는 것을 알게 돼 관객들에게 동심을 다시 돌려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사랑이다.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타인을 향한 왕자의 연민과 애정이 제비의 마음에도 파동을 일으킨다. 도시 사람들에게서도 다양한 관계 속 사랑의 자취를 찾을 수 있다. 한 대표는 “남녀를 넘어서서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사랑의) 핵심”이라면서 “큰 틀에서 다양한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고 편견 없이 바라보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작의 메시지는 유지하되 일인극으로 바꾸면서 여러 인물의 시점이 담긴 장면을 추가해 사람의 사랑이 현실감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행복한 왕자’는 동료 배우 없이 무대를 이끌어가야 하는 1인 뮤지컬이다. 그러나 배우들은 때로는 따뜻한 왕자의 목소리가 되어, 때로는 발랄한 제비가 되어 도시의 풍경을 전달한다. 홍승안은 “(그동안) 서로 에너지 주고받는 힘으로 공연을 만들어 가 연습하는 과정에서 혼자라서 외로웠다”면서도 “그렇지만 무대에서 관객의 모습이 정말 잘 보인다. 그날 극장의 공기에 맞춰 관객들과 함께 만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여러 인물들을 연기하면서 세세한 디테일로 차이점을 표현했다. 이휘종은 “음역대를 나눠 목소리를 먼저 만들고 캐릭터를 입혔다”면서 “조각상은 낮은 음악 같은 목소리로 얘기한다거나 제비는 몸짓이 빠르고 민첩하다는 점 등에서부터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벌거벗은 채 가장 순수하고 이타적인 모습으로 모든 것을 나눠주는 왕자의 모습이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한 대표는 “뮤지컬을 본 관객들이 질문을 하나씩 가지고 나갔으면 좋겠다”면서 “관객들은 때론 제비로, 때론 왕자로 선택의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 작품이 해답을 찾아가는 데 모범 답안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뮤지컬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음달 1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