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尹의 3월 결단’에 감명…“韓원폭피해자 참배하자” 제안

기시다 "韓 우려 잘 알아, 이해 깊게 할 것"
강제징용 관련 "매우 고통, 마음 아파" 진전
尹·기시다 G7 때 히로시마 원폭 위령비 방문
기시다, 과거사 관련 '사죄·반성' 없어 한계도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일 과거사 문제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 제시한 제3자 변제 방식의 해법은 국내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여전하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도 거부감이 크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 일본 내각을 대표하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설득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 “오늘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께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해 이웃 국가인 한국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현장 조사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도 이어 같은 질문에 한국 측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측 ‘APLS'·알프스 처리수)에 대한 우려를 잘 안다면서 “이달 중 한국 측 전문가로 구성된 방문단의 후쿠시마 원전 시찰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조치가 “한국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총리로서 자국민과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형태의 방출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한 안전성 담보를 위해 한국과 협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6월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최종 보고서가 정리될 예정"이라며 "IAEA 보고서를 확실히 받아들인 후 국내(일본) 절차를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도 한국 측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많은 한국 분의 우려와 불안에도 답하는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국내의 큰 관심사였다. 양국 정상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감정을 고려해 오염수 방류 논의 과정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려 한 것이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핵심 명제인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진전된 입장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한국 측이 발표한 강제징용 해법을 언급하며 “3월에 윤 대통령께서 나타내신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결단과 행동력에 다시 한 번 경의 표하려 한다”며 “일한(한일) 관계 강화를 원하는 강한 마음을 저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나아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나 자신은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3월 16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 당시'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말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는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향해 ‘혹독한 환경’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 ‘마음이 아프다’ 등의 표현을 추가했다. 이어 기시다 총리는 “1998년에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기시다 총리는 1993년 고노 요헤이, 1995년 무라아야 도이치, 1998년 오부치 게이조,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2010년 간 나오토 전 총리가 모두 밝힌 ‘반성과 사죄'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2015년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에서 내놓은 ‘전후 70년 담화’에서 “미래 세대에 사과를 계속할 숙명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한 발언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에 함께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해자의 위령비를 방문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히로시마는 1945년 8월 6일 미국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사용한 원자폭탄 ‘리틀보이’가 투하된 곳이다. 당시 약 14만 명이 희생됐고 한국인도 추산에 따라 수천 명에서 최대 3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일본이 먼저 (위령비 방문을) 제안했고 (윤 대통령이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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