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서방의 자국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로 경제적 타격을 받자 석유·천연가스 업체들에 세금을 올리는 식으로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 보도했다.
FT는 가격상한제 등 대러 경제 제재를 주도하는 주요 7개국(G7) 관리들을 인용해 “서방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새로운 타격이며 산업에 확실히 파괴적”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자국 석유회사의 과세 기준을 자국에서 수출하는 우랄산원유에서 북해산브렌트유로 바꿨다. 서방의 제재에 따른 석유 수출 수익의 구멍을 메우기 위한 조치다. G7은 지난해 12월 대러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배럴당 60달러 이상에 거래할 수 없도록 상한선을 둬 우랄산원유 판매가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면 액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FT는 러시아 정부가 이번 조치로 월 최대 6000억 루블(약 10조 원)의 추가 세수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 1분기 러시아 원유·천연가스 관련 세수는 우랄산원유 기준으로 과세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45%나 줄어들었으며 이 중 정제유 제품 관련 세수는 85%나 감소했다.
가뜩이나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러시아 에너지 업체에는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G7의 한 관리는 “장비, 자원 탐사, 기존 시설투자 등에 사용할 이익을 빼앗아 러시아 석유·천연가스 산업의 미래 생산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러시아가 ‘미래’의 이익을 훔쳐 현재 분쟁의 비용을 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G7으로서는 이번 과세 정책 변경이 원유가격상한제로 러시아 정부가 경제적 어려움에 빠졌다는 ‘명백한’ 증거로 보기에 충분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는 전략 중 하나로서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달 말 열리는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도 대러 제재가 핵심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가격상한제 현황과 성공 원인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