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여야 의원들과 회동을 가졌다. 여당은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며 ‘발전적 선린우호 관계’를 강조했고, 야당은 ‘과거사 문제를 직시하라’고 촉구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과 간사장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서울 중구의 롯데호텔에서 기시다 총리와 50분 가량 면담했다.
회동 뒤 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한일관계가 속도감 있게 정상화된 데 대해서는 무엇보다 양국 정상의 용기와 결단이 큰 동력이 됐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 만에 한일관계 훈풍이 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총리에게 “반 컵의 물잔이 빠르게 채워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전일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향한 발언을 두고 “따뜻한 메시지도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기시다 총리에게) 말씀드렸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일본도 성의 있는 노력을 하려는 느낌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고. 면담에서도 (이러한) 평가를 했다”고 말했다. 전일 기시다 총리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공개 지지의 의사를 요청했다고도 했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가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윤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과거사 문제에 우리 측의 입장을 전달하며 일본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윤 의원은 “한국의 후쿠시마 지역 시찰단 제안에 대해서는 감사의 뜻을 보내지만, 시찰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한일 양국 전문가들의 공동 검증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말과 함께 함께 해양 방류 외 다양한 대안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윤 의원은 “면담에서 ‘한국 국민들은 기시다 총리가 아베 시대를 넘어 기시다 시대를 열고 있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며 “과거 문제에 대한 양국 정상의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윤 의원은 회담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상황에서 일본이 안보협력을 이야기하면서 러시아, 중국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과의 갈등 사안을 안보 문서에 게재한 것은 모순점이라고 지적했다”며 기시다 총리에게 안보문서 재개정 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가슴 아프다’ 발언에 대해선 “과거 일왕이 이야기했던 ‘통석(痛惜)의 염(念)’에 미치지 못하고, 아베 총리가 이야기했던 ‘회오’(悔悟)도 포함돼있지 않다는 점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