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고용보험 늘었다지만…"외국인 근로자 걷어내면 둔화"

◆고용부, 4월 노동시장 동향
고용보험 가입자 10만4000명↑
외국인 제외하면 5000명 그쳐
"마이너스 전환 가능성도" 지적

천경기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이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23년 4월 노동시장 동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조업 고용 상황이 심상치 않다. 급기야 정부가 약 2년 만에 ‘제조업 고용이 둔화되고 있다’는 경고성 판단까지 했다. 일종의 착시 효과를 일으킨 외국인 근로자를 전체 근로자 통계에서 걷어내면 ‘고용의 민낯’이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4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4월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년 동기보다 10만 4000명 증가한 379만 5000명을 기록했다. 올해 1월 6만 4000명이 늘어난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2월(8만 4000명), 3월(10만 2000명)에도 증가세를 유지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고용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고용보험 지표가 순항 중인 것이다.


하지만 천경기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관련 브리핑을 열고 “제조업은 생산·수출 감소 등 어려운 고용 여건에서 증가하고 있지만 고용허가제 외국인 가입 영향을 배제하면 둔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고용부가 매월 발표하는 노동시장 동향에서 제조업을 설명하면서 ‘둔화’라는 표현을 쓴 것은 2021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이는 국내 근로자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일종의 착시 효과를 정부가 직접 나서 지적한 것이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가 증가한 것은 외국인 근로자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고용허가제 외국인(E9·H2)은 고용보험에 당연 적용됐다. 이로 인해 제조업 내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 증가분은 4월 9만 9000명이나 늘었다. 당연 적용이 되지 않던 지난해 1월(2만 5000명)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뛴 것이다.


‘당연 적용 효과’는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 지표가 양호하게 보이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4월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증감분 전체(10만 4000명)에서 외국인(9만 9000명)을 빼면 국내 근로자 가입 증가분은 5000명에 그쳤다. 이 방식으로 국내 제조업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추이를 보면 올해 1월 1만 8000명에서 2월과 3월 나란히 1만 4000명으로 줄더니 4월 5000명까지 급감했다. 이 수치는 2021년 2월 -2만 4000명을 기록한 이래로 모두 플러스였다. 고용부 측은 “외국인 가입 영향을 뺀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 증가세는 조만간 마이너스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대부분 남성인 탓에 고용보험 가입 성별 통계에서도 일종의 착시 현상이 나타났다. 남성 고용보험 가입자는 4월 19만 1000명 늘어 여성 가입자 증가분(16만 4000명)을 두 달 연속 웃돌았다. 남성 가입자 증가분이 여성 가입자 증가분을 넘은 것은 202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남성 가입자가 여성 가입자를 역전한 것은 다른 통계와 비교해도 맞지 않다. 최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경제활동인구 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30대 여성 취업자는 10만 8000명 증가한 반면 남성은 8만 4000명 감소했다. 천 과장은 “전체 취업 시장으로 보면 남성보다 여성 취업자 증가세가 두드러진 상황”이라며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외국인이 남성 중심이다 보니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려는 올해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워낙 크게 증가한 덕분에 실제 고용 상황을 제대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올 한 해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는 역대 최대 수준인 11만 명이다. 이는 지난해 6만 9000명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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