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휘자에게 문턱이 높은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에 한국인 지휘자 김은선이 내년 4월 객원 지휘자로 무대에 오른다.
9일 베를린 필하모닉 홈페이지에 따르면 김은선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SFO) 음악감독은 내년 4월 18∼20일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에서 지휘봉을 잡는다. 1882년 창단된 베를린 필하모닉은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과 더불어 세계 양대 오케스트라로 불린다.
한국인 지휘자 가운데 베를린필에서 지휘를 한 사람은 마에스트로 정명훈 정도다.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은 빈 필하모닉과 마찬가지로 보수적이다. 여성 음악가들에겐 매우 인색하다. 베를린필은 여성 단원을 1982년 처음 받아들였다. 올해 2월 비네타 사레이카를 141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악장으로 뽑았다. 아직 여성이 상임 지휘자 자리에 오른 적은 없다. 음악계에서는 김은선이 베를린필 객원 지휘를 맡게 된 것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김은선은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끄는 상임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와도 인연이 깊다. 2011년 페트렌코가 프랑스 리옹 오페라를 객원 지휘할 때 보조 지휘자로 함께했다.
연세대 작곡과와 연세대학원 지휘과를 거쳐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대에서 수학한 김은선은 2008년 5월 스페인 '헤수스 로페즈 코보스 국제오페라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010년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오페라극장에서 여성 최초로 지휘봉을 잡았다. 2019년에는 여성 지휘자 최초로 SFO 음악감독으로 발탁돼 2021년부터 SFO를 이끌고 있다. 2021년에는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와 함께 뉴욕타임스가 뽑은 '문화계 신성'에 이름을 올렸다. 내년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에서 김은선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 등을 지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