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0원 요금제를 출시하고 치열한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이용자들의 번호이동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에 민감한 알뜰폰 사용자들이 0원 요금제를 쫒아 중소 사업자로 대거 쏠리면서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제를 출시할 수 없는 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들은 이용자 이탈을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이다. 알뜰폰 가입자가 꾸준히 늘면서 시장점유율이 잠식당하고 있는 통신사들은 자사의 망을 사용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데이터 프로모션을 실시해 가입자 지키기에 나섰다.
9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순부터 중소 알뜰폰 업체들을 중심으로 출시된 0원 요금제 여파로 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들의 이용자 해지 건수가 크게 증가한 반면 신규 가입자 증가세는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0원 요금제란 일정 기간 요금을 할인받아 무료로 사용한 뒤 할인 기간 이후부터야 정상 요금으로 사용하는 요금제다.
알뜰폰 사용자들은 일반적으로 통신 비용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게다가 알뜰 요금제의 경우 대부분 약정 기간이 없어 0원 요금제는 알뜰폰 업계 내부에서도 이용자 이동을 활성화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달 알뜰폰 사업자간 번호이동 건수는 15만 633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3만 3268건 늘어 증가폭도 역대 최대다.
알뜰폰 업계에서 가격대가 비싼 축에 속하는 통신 3사 자회사에서 중소 사업자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 유플러스유모바일의 경우 매달 신규 가입자 수가 3만 명 안팎에 해지자 수는 1만 6000명가량으로 월마다 1만 4000명 정도 가입자를 늘려왔는데 0원 요금제가 출시된 지난 달은 해지가 늘고 신규 가입이 크게 줄었다. 유모바일 관계자는 “해지 건수가 신규 가입 건수를 모두 상쇄할 정도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KT엠모바일 측도 “해지 건수가 크게 늘었다”며 “향후 가입자 수가 순감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알뜰폰 업계가 0원 요금제를 내놓고 가입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3사 자회사들은 바라만 봐야 하는 입장이다. 2021년 9월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으로 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들도 요금 신고제 대상이 되면서 정부가 행정지도를 통해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제를 출시할 수 없도록 한 탓에 0원 요금제를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KB리브엠(리브모바일)을 필두로 자금력을 갖춘 금융사가 공격적인 요금제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아 통신 3사와 알뜰폰 자회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알뜰폰 업계가 정부 지원 정책에 힘입어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통신 3사의 도매망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통신사들은 앞다퉈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고 알뜰폰 사업자들을 자사망 고객사로 유치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달 알뜰폰 자회사 세븐모바일을 포함한 자사망 사업자를 대상으로 도매망 프로모션 ‘데이터플러스’를 시작했다. 알뜰폰 가입자에게 24개월 간 월 최대 150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 월 3만 원대 요금으로 200GB대 데이터를 쓸 수 있게 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프로모션을 지난 달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