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맞수 롯데와 신세계(004170)의 경쟁이 ‘야구’ 판에서도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통합 우승팀 SSG랜더스와 무서운 기세로 올라온 롯데 자이언츠의 1위 다툼이 한창이다. 양팀의 공통점은 야구단에 대한 오너의 각별한 관심이 승리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나서 야구단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한편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야구와 본업 시너지 효과까지 내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9일 롯데자이언츠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구단의 선수단 운영비는 2021년 187억 원에서 2022년 262억 원으로 증가했다. 구장 인프라 개선 등을 위한 사업비와 홍보 판촉비도 각각 7억8000만 원에서 17억8000만 원, 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증가했다. 롯데는 2022년 이대호 선수가 은퇴하며 "후배 선수가 팀을 떠나지 않고 잘 성장하게 보살펴달라”고 당부한 이후 그룹 차원의 지원 사격을 펼치고 있다. 롯데지주(004990)가 같은 해 구단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9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12월 그룹 인사에서는 홍보 전문가인 이강훈 전무가 롯데 자이언츠 대표이사로 오며 조직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 인사를 두고 업계에서는 “롯데가 신세계처럼 야구단과 계열사 유통 채널이 연계된 마케팅을 강화하고 팬들과의 접점을 더욱 확대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투자에 선수들은 성적으로 화답하고 있다. 자이언츠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9연승을 올리며 2008년 9월 이후 약 15년 만에 구단 최다 연승을 기록했다. 이에 신 회장은 코치진과 선수들에게 “끝까지 응원하고 지원하겠다”는 편지와 함께 고가의 선물을 보냈다.
SSG랜더스는 지난해 통합 우승에 이어 올해도 막강한 1위 후보다. SSG랜더스는 구단주인 정 부회장이 ‘장외 선수’를 자처하며 적극적인 홍보·지원에 나선 덕에 창단 2년 만에 역사를 썼다. 프로야구 출범 40년 역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시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1위) 통합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SSG랜더스에 대한 구단주의 애정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신세계야구단의 지난해 매출은 4% 신장한 552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2021년 71억 원 흑자에서 2022년 167억 원 손실로 전환했다. 출범 초기부터 이어진 대규모 선제 투자의 영향이 컸다. 수익성 우려에도 야구단은 선수단 운영비를 262억 원에서 470억 원으로 늘렸고, 판매촉진비 규모도 12억 원에서 22억 원으로 키웠다. 선수 연봉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운영비와 마케팅을 위한 판촉비 규모를 두 배 가까이 늘렸다는 것은 그만큼 구단에 대한 투자 의지가 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롯데와 신세계가 야구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그룹 계열사와의 다양한 통합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세계의 경우 SSG랜더스의 유니폼과 야구용품, 굿즈를 SSG닷컴이나 이마트, 스타벅스 등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SSG닷컴에 공식 브랜드관을 오픈하기도 했다. 랜더스 통합 우승 때는 계열사 파격 할인 행사까지 열어 전사적 마케팅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야구는 응원·관람 방식과 환경, 팬층 등에 있어 식음료와 패션, 화장품, 심지어 호텔과 가전에 이르기까지 연계 마케팅하기 좋은 종목"이라며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게 신세계”라고 설명했다. 두 유통사의 야구 사랑과 미래 투자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롯데는 최근 부산시와 사직야구장 재건축 계획을 밝혔다. 신세계는 인천 청라에 돔구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