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돈 벌던 시대 끝났다"…'투자의 달인' 버핏의 경고 왜?

5일(현지시간)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장에서 워런 버핏 회장(오른쪽)이 산하 소매업체 시스 캔디스 CEO 패트 이건을 만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92)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미국 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7일(현지시간) 미국 포춘지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네브래스카주(州)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해서웨이) 연례 주주 모임에 참석해 올해는 침체 쪽에 무게를 두고 ‘쉽게 돈 벌던 시대는 끝났다’는 견해를 보였다.


해서웨이는 보험회사 가이코, 소매업체 시스 캔디스, 화물열차 운영사 BNSF철도 등 수십 개의 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에너지와 부동산, 제조업,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수 사업체도 운영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자신의 사업 분야 다수가 지난 2년 동안 잘 운영돼왔다면서 이는 금리 급등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을 상쇄하고자 미국 정부가 많은 돈을 푼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올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지난해보다 낮은 수익을 기록할 것”이라면서 지난 6개월 동안의 미국 경제의 “믿을 수 없는 기간”이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그 이유를 더 폭넓은 경기 하강 탓으로 돌렸다.


포춘지는 “철도에서 에너지 및 소매업에 이르는 광범위한 사업을 운영하는 버핏 회장은 종종 경기 건전성을 대리하는 인물로 간주된다”며 “자신의 사업체가 둔화할 것이란 버핏의 예측은 인플레이션(단기 물가상승)과 고금리 현상이 이어짐에 따라 지역 은행들이 대출 축소하는 상황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지난 3월 중소은행인 실리콘밸리(SVB) 파산 이후 소규모·지역으로 위기가 확산됐다.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소규모·지역 기반 은행이 미국 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약 38%다. 이들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전체의 67%를 차지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이 위기에 직면하면 대출 기준을 더 엄격히 적용해 결국 주요 거래 대상인 중소기업·자영업자·가계 등 주요 경제 주체들이 자금난에 빠질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날(7일) 버핏 회장의 오랜 사업 파트너 찰리 멍거(99)도 연단에 서서 더 힘들어진 경제 환경이 실질 가치보다 저렴한 종목을 골라 주식을 사는 가치투자자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해서웨이는 올해 1분기 미국 증시에서 133억 달러(17조600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으나 상대적으로 투자는 많이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서웨이로서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버핏 회장은 고금리가 전적으로 나쁜 소식인 것만은 아니라고도 했다. 해서웨이의 경우 현금과 국채, 다른 단기 투자분 약 1250억 달러(약 165조5700억 원)로 올해 대강 50억 달러(약 6조6200억 원)를 벌어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해서웨이는 올해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대규모로 매각했다며 세부 내용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주식 133억 달러어치를 파는 대신 그 수치의 일부만을 매수에 썼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44억 달러를, 다른 상장 주식 매입에 29억 달러를 각각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해서웨이는 올해 20억 달러를 추가 적립해 현재 총 1306억 달러(172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헤서웨이 시가 총액의 18% 이상에 달하는 금액이며, 2021년 말 이후 최대라고 FT는 전했다.


해서웨이가 소유한 브룩스 러닝의 짐 웨버 CEO는 5일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 하강이 소비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웨버는 “실업률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소비 수준에서 경기침체로 벼랑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면서 “(오히려)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경기침체가 일어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