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에 취업한 한국 청년들을 중심으로 기업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관료주의가 일본 경제 저성장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0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은 9일 일본 도쿄에서 무역아카데미 IT 마스터 과정 수료 후 일본 기업에 취업한 한국 청년과의 간담회를 개최해 일본 기업 근로?임금조건, 조직 문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라쿠텐, 일본 IBM, LINE 등 일본 IT 기업에서 근무하는 IT 마스터 과정 수료생 7명이 참석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일본 기업과 경제의 저성장의 근본 이유로서 일본 내 만연한 경직된 조직 문화 혹은 관료주의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직원과 리더 간 소통 부재 속 리더 중심으로 중요한 전략적 의사가 결정되는 기업의 의사결정구조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혁신 부재를 들었다.
이들은 “IT 기업 특성상 빠른 의사 결정과 사업 추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일본 기업에서는 디테일을 중시하는 불필요한 보고 서류 작성 등으로 적기 의사 결정과 시장 수요 대응이 어려워지면서 경쟁력이 지속 약화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며 “변화를 두려워하는 퇴행적 문화가 일본 사회 전반에 만연해있어 시스템 전반의 혁신을 지연시키고 발전 정체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본 취업의 핵심 이유로 ‘해외에서 일해보고 싶은 도전정신’을 들었고, 국내 일자리 부족과 취업난 등도 일본 취업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근로?임금 조건에 대해선 한국이 ‘주당 40시간 및 연장근로 12시간’ 등 주당 근로시간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노사간 합의를 존중해 일반적으로 주당 근로 시간을 강제하지 않고 월 60시간 범위 내 연장 근로를 탄력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차이점으로 제시했다.
또한 이들은 “IT 관련 직종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급여가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일본은 법정 퇴직금이 아예 없는데다가 매월 납부하는 주민세(소득 대비 8%)가 매우 높아 한국과 비교해 동일 임금 시 실제 수령액은 한국 대비 약 20%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일본 취업 한국인들이 인식하는 일본 기업 내 관료주의와 퇴행적 문화는 과거 일본 기업들과는 매우 다른 양상인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의 경우 새로운 시도나 아이디어를 존중하면서 조직 내 원활한 의사소통을 조장하는 한편, 요식행위나 불필요한 정부 규제는 적극 개혁해 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