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서울포럼 2023] "美, 미래 팬데믹 대비 4.5조 투자…불가능에도 베팅하는 R&D 생태계 필요"

■기조강연자 인터뷰- 제프리 글렌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
5년간 항바이러스 프로그램 가동
감염병예방에도 7600억원 지원
韓, 강력한 생명공학 잠재력 보유
의과학자 양성해 기술상용화 촉진
해외 협력 등 개방적 혁신도 중요



제프리 글렌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 비상사태 종료를 선언했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팬데믹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미국이 국립보건원(NIH) 등을 통해 감염성 질병 연구개발(R&D)에 엄청난 투자를 하며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팬데믹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제프리 글렌(사진) 미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는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도 다양한 감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NIH는 미래 대유행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들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퇴치하기 위한 약물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해 ‘팬데믹 대비 항바이러스 프로그램(APP)’을 가동해 향후 5년간 4조 5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팬데믹예방감염병예방센터(AViDD) 프로그램’도 시행해 5년간 9개 연구센터에 76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스탠퍼드 AViDD를 이끌고 있는 글렌 교수는 “미국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모험 연구와 선도 연구자에게 투자하는 혁신 생태계가 갖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미국 NIH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등은 그동안 불가능한 것으로 치부되던 분야의 R&D에 장기 투자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있다. 연구자는 정부와 관련 기관의 R&D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일단 선정되면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받는다.


글렌 교수 역시 도전적 연구에 나서 현재 바이러스성 간염 중 악성인 HDV 치료제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모든 종양에 효과가 있는 경구 약물도 임상 1상에 들어갔다. 간암 예방용 경구약과 독감 범용 치료제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이를 위해 5개의 스타트업을 창업해 일부는 나스닥에 상장했다.






그는 미국 첨단바이오 생태계와 관련해 “스탠퍼드대를 비롯해 미국 의대는 의학뿐 아니라 화학·공학을 통합하고 기술 상용화 노력을 펼치는 의사과학자를 대거 양성한다는 데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의대가 여전히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 의사과학자 양성과 기술 상용화 측면에서 미흡한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포항공과대(포스텍)·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도 기존 의대의 의사과학자 양성과 별개로 과학기술 특성화대에 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렌 교수는 “한국은 강력한 생명공학 잠재력 등 과학기술 전문성을 갖고 있다”며 “미래 팬데믹에 대응할 수 있는 바탕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경우 디지털·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의 융·복합 기술을 통해 첨단바이오 시장에 진입해 선도자로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백신과 치료제 분야에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국이 코로나 진단키트, 감염자 추적·알림 시스템, 마스크 등에서 보여준 강점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글렌 교수는 “한국이 제약 바이오 분야에서 혁신을 거듭해야 미국·유럽과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며 “혁신을 하다 보면 실패할 수 있지만 약물 등 바이오헬스 개발 과정에서 실패를 조기에 파악해 더욱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이 바이오헬스 분야의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풍토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외국 파트너를 포함해 개방형 혁신을 꾀하는 것이 시너지를 내는 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선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의료·정보통신기술(ICT) 및 공학 분야의 협력적인 생태계가 필요하다”며 “스타트업, 벤처기업, 대형 제약 및 바이오 기업, 병원, 대학, 연구소 및 투자 기관 등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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