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올해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의 한국에너지공과대(한전공대) 출연금에 대한 현미경 검증에 들어갔다. 당초 한전 등 전력그룹사는 올해 1588억 원을 한전공대에 출연할 계획이었지만 검증 결과에 따라 출연금 삭감 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10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한전 등 전력그룹사는 지난달 말 1588억 원 규모의 한전공대 출연계획서를 기재부에 제출하고 사전 협의 절차를 시작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한전의 적자가 누적되고 출연금 무단전용 의혹이 제기된 만큼) 첨부된 산업통상자원부의 의견을 반영해 특별히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며 “출연금 삭감·이월 등의 선택지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1588억 원은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 기재부와 협의 결과에 따라 실제 출연 액수는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계획보다 더 많이 출연하는 건 안 되지만 덜 하는 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전 스스로도 삭감 또는 이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다만 기재부는 실무선에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에 따르면 한전과 같은 공기업은 출연기관을 설립하거나 다른 법인에 출연하고자 하는 경우 주무기관의 장 및 기재부 장관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출연계획서에는 △출연 목적 및 필요성 △출연 대상 법인의 사업 범위 및 내용 △출연의 금액 및 시기 등이 포함된다.
한전공대 출연금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한전이 현재 최악의 재무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2조 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낸 한전은 올해도 10조 원 안팎의 손실이 예상된다. 2분기 전기료 인상이 40일 넘게 미뤄지면서 한전이 감내해야 하는 재무적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전이 하루에 지불하는 금융 이자만 40억 원에 이른다.
전력그룹사의 한전공대 출연계획을 보면 2020~2022년 3년간 1956억 원이었다. 연간으로는 지난해 711억 원이 최대였다. 정부로서는 전기료 인상이 임박한 시점에 경영난이 심각한 한전이 거액을 출연하는 데 따른 비판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이미 학교가 개교한 마당에 정치 논리에 종속된 전기료 인상과 연계해 출연금을 깎는 행태 자체가 재학생을 볼모로 삼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