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한 신뢰도가 2000년대 이후 연준 의장 가운데 최저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물가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금리를 1년 만에 5%포인트나 가파르게 올리는 등 업무 수행을 잘 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지난달 3∼25일 미국 성인 1013명을 대상으로 경제문제에 대한 각 지도자의 행위·제안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대단히'(great deal)·'상당 부분'(fair amount)·'아주 조금'(only a little)·'거의 전무'(almost none) 가운데 고르도록 한 결과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에 대한 긍정 평가는 36%에 그쳐 역대 의장 가운데 가장 낮았다. 신뢰가 거의 전무하다는 응답은 28%였다. 재닛 옐런 현 재무장관이 연준 의장이던 지난 2014년에 받은 점수(37%)보다 1%포인트 낮다. 블룸버그는 “연준 의장에 대한 신뢰는 경제 상황과 같이 움직여왔다”고 진단했다. 코로나 확산 초반 연준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던 2020년 파월 의장에 대한 신뢰도는 58%, 지난해에는 43%였다. 하지만 물가 급등에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파월 의장의 신뢰도는 빠르게 내려갔다. 미국은 지난해 3월부터 이번 달까지 기준금리 상단을 0.25%에서 5.25%까지 올렸다. 하지만 물가는 기대만큼 잡히지 않은 가운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대단히'나 '상당 부분' 등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35%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5%포인트 내렸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3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경제 부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거의 전무하다고 답한 사람도 48%에 달했다. 이밖에 옐런 장관에 대한 긍정 평가는 37%였고, 미 의회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에 대한 긍정 평가는 각각 34%, 38%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