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설화와 녹취록 유출 등 논란을 일으킨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당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결정을 앞두고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함께 징계 대상에 오른 김재원 최고위원은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태 의원은 10일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모든 논란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며 “오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저는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퇴 결정 과정에서 대통령실이나 지도부와의 소통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당내에서는 윤리위가 두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1년 정지와 같은 중징계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렇게 되면 내년 4월 총선 공천이 불가능하게 된다. 8일 윤리위 회의에서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두 최고위원이 자진 사퇴할 경우 징계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를 근거로 태 의원이 내년 총선 도전을 위해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태 최고위원이) 막판 사퇴로 본인에게 유리한 결정을 한 것”이라며 “윤리위가 징계 수위를 낮춘다면 당장은 (공천 탈락)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태 의원의 자진 사퇴로 함께 윤리위 징계 심사를 받는 김 최고위원에 대한 자진 사퇴 압박은 한층 더 커지게 됐다. 그럼에도 김 최고위원은 이날 윤리위 전까지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지 않고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음에 따라 김 최고위원의 자리는 ‘사고’ 상태가 됐다. 태 의원의 사퇴로 ‘궐위’가 된 자리는 당헌·당규에 따라 30일 이내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후임을 선출하게 되지만 ‘사고’ 자리는 공석으로 유지된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징계 수위에 대해 최고위원 궐위로 인정되는 ‘탈당 권유’의 강수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논란 인사를 신속히 정리하고 후임을 뽑는 게 낫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날 김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1년, 태 의원은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