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재무부는 “8월 2일까지 의회가 부채 한도 상향 입법을 완료하지 못하면 국가 부도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원을 장악했던 공화당은 ‘지출 삭감’을 요구하며 협상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연방 정부 지출이 막히면 미국 전역에 메가톤급 파장이 몰려올 것이 우려됐다. 여야는 데드라인(8월 2일)에 이르러서야 재정 적자 추가 감축 방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연방 정부 예산을 자동 삭감하는 시퀘스터를 시행하는 조건으로 한도 상향에 동의했다. 이후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국가 부채 관리 역량에 대한 우려를 들어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미국의 국가 부채 상한 제도는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정부의 원활한 전쟁 비용 조달을 위해 만들어졌다. 의회의 동의만 얻을 경우 적자 재정을 쉽게 편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전후에는 이 제도가 과도한 정부 지출을 억제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됐다. 부채 한도는 90차례 이상 상향 조정돼 1940년 49억 달러에서 2021년 31조 3810억 달러로 늘어났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최근 “정부 재정이 이르면 6월 1일 바닥나는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부채 한도가 상향되지 못해 국가 부도 사태가 벌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던 만큼 결국 여야가 양보해 타결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는 재정 남용을 막기 위해 지출이 수반되는 정책을 세우거나 법안을 낼 때 반드시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하도록 하는 ‘페이고(pay go·버는 만큼 쓰자)’ 원칙도 도입했다. 허용 최대 재정 적자 규모를 초과할 경우 다음 회계연도에 재정 지출을 강제 삭감하는 시퀘스터 제도도 갖췄다. 그러나 한국은 재정 남용을 견제할 장치를 아직도 갖추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튀르키예와 한국뿐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채무가 급증했으므로 더 이상 재정준칙 입법화를 늦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