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의 선심성 현금 지원 사업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약했던 ‘탈모 치료비 지원’을 자치단체장들이 다시 살려내고 있다. 충남 보령시는 지난달 21일부터 만 49세 이하 탈모증 환자에게 1인당 연간 50만 원의 치료비를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 성동구가 연간 20만 원을 지원하는 탈모증 치료 사업에는 3~4월 두 달에만 예상 인원의 절반인 346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서울 은평구와 대구시, 부산시 사하구 등도 앞다퉈 청년 위주의 탈모 치료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대해 다른 희귀·난치병 중증 환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낳고 모럴해저드나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의료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정 계층을 겨냥해 해외여행을 제공하거나 지역화폐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정책도 논란을 빚고 있다. 충남 서천군은 매년 65세 이상 노인 90명을 선발해 해외여행을 지원해주는 내용의 노인복지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마련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대표적인 포퓰리즘 사업이라며 지원 규모를 줄인 지역화폐의 혜택을 다시 강화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인천시는 이달 들어 이음카드(인천사랑상품권)의 월 사용 한도를 3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늘리고 사용액에 따라 돌려받는 캐시백 비율도 최대 10%를 적용하고 있다. 충북 옥천군도 지역상품권의 캐시백 혜택을 10%에서 15%로 확대했다. 지역화폐가 현물 살포성 재정 중독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그러잖아도 지방자치단체는 열악한 재정 여건으로 허덕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지자체 예산 406조 원 가운데 현금성 복지 규모는 55조 원으로 전체의 13.5%에 이른다. 지자체의 평균 재정 자립도가 45.02%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퍼주기 복지 사업은 지역 경제와 청년 세대의 미래를 망치는 행태다. 정부는 브레이크 없는 지자체의 복지 남발에 불이익을 주는 등 제동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는 사탕발림 같은 포퓰리즘 경쟁을 멈추고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로 지속 가능한 복지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