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틀거리는 '빚투'…가계대출 증가액 1년반 만에 최대

◆한은 '4월 금융시장 동향'
주택·주식 거래 늘면서 2.3조 쑥
기업대출은 한달새 7.5조 증가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안내문. 연합뉴스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이 한 달 새 2조 3000억 원 늘면서 2021년 11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흐름이 되살아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기준금리가 연 3.50%까지 높아진 상황에서도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4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 2555억 원으로 전월 대비 2조 3494억 원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12월(2783억 원) 이후 4개월 만이다. 가계대출 증가 폭은 한은의 금리 인상기 초반이던 2021년 11월(2조 9000억 원)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은행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확대되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의 감소 폭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먼저 주담대는 주택매매 관련 자금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세자금대출 감소 폭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월 1만 9000가구에서 2월 3만 1000가구, 3월 3만 5000가구 등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기타대출은 5000억 원 줄어드는 것에 그치면서 전월(-3조 원) 대비 감소 폭이 크게 줄었다. 통상적으로 매년 1~2월은 가계 상여금이 유입되면서 신용대출을 상환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최근 대출금리가 높다 보니 여유자금을 활용해 신용대출을 상환하려는 압력도 커졌다. 4월에는 이러한 흐름이 완화되면서 기저 효과로 기타대출의 감소 폭도 축소됐다는 설명이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연초 주택 매매 거래량이 늘어난 것이 2~3개월 시차를 두고 대출 수요로 발생하고 있다”며 “일부 개인이 주식투자를 위해 신용대출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4월 은행의 기업대출은 7조 5000억 원 증가하면서 전월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대기업 대출이 3조 1000억 원 늘었는데 분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과 배당금 지급 관련 자금 수요 등이 나타났다. 중소기업대출도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 은행의 완화적 대출 태도 등으로 4조 4000억 원 증가했다.


은행 수신 잔액은 2204조 9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13조 4000억 원 감소했다. 기업들이 부가가치세 납부와 배당금 지급 등으로 수시입출식예금에서 자금을 뺀 영향이다. 정기예금에서도 법인자금 유출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자산운용사 수신은 4월에만 8조 6000억 원 늘면서 한 달 만에 증가 전환했다.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에 따라 인출됐던 은행 자금이 다시 유입되면서 머니마켓펀드(MMF)를 중심으로 2조 9000억 원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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