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허세' 끝판왕?…15만원 '한우 오마카세', 직접 가봤습니다 [이슈, 풀어주리]

1+ 한우 요리의 향연…음식+분위기 모두 '만점'
MZ세대 소비문화와 맞닿는 오마카세…"플렉스"
과거 '다찌집'이 오마카세로…식문화의 레트로 현상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김주리 기자가 ‘풀어주리!' <편집자주>


한우 오마카세 ‘압도’의 한우 등심구이. 사진=김주리 기자


바야흐로 오마카세 천국이다. 스시 오마카세는 물론 각종 디저트와 음료가 서빙되는 커마카세(커피+오마카세), 족발카세, 한우 오마카세까지 다양한 음식들이 나만을 위해 특별한 방식으로 제공되는 '오마카세 레스토랑'에 2030이 푹 빠졌다.


'맡긴다'를 뜻하는 일본어인 오마카세는 쉽게 말해 '주인장이 내주는 대로 먹는 코스 요리'를 의미한다. 한국어로는 '맡김차림'이라는 용어로 쓰이는데, 최근에는 서민 식단을 코스처럼 제공하는 이모카세, 할매카세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1명당 10~20만원을 뛰어넘는 가격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의 오마카세 열풍은 일본 언론에서까지 조명할 정도다. 일각에서는 오마카세 열풍이,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소비생활을 자랑하고자 무리하게 돈을 쓰는 젊은 세대들의 '허세'라고 비난하지만, 동시에 '오마카세가 뭐길래' 라는 호기심도 존재하고 있다.


오마카세 레스토랑 중 특히 고가를 자랑하는 '한우 오마카세'에 직접 다녀왔다.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맡겨주세요'…풍성한 풀코스 요리


사진=김주리 기자


합정역 인근에 위치한 한우 오마카세 ‘압도’는 1+이상의 한우로 승부하는 컨템포러리 한우다이닝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한다. 첫번째 코스인 산사화채와 맞이 음식을 시작으로 한우 등심구이, 비빔국수를 비롯해 양념구이, 소금 우유 아이스크림까지 총 11개의 코스를 내놓는다. 가격은 1인당 15만원이며 코스를 소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총 1시간 30분 가량이다. 최대 입장 가능 인원은 14명, 최소 수용 고객은 2명이다.



한우 오마카세 ‘압도’의 한우 안심구이. 사진=김주리 기자

‘압도’의 메뉴들은 기본적으로 섬세한 담음새를 선보인다. 야채 한 줄기, 소스 한 스푼까지 공을 들여 11가지 요리 하나하나 알차게 완성된 접시를 매 코스마다 제공한다.



사진=김주리 기자

분위기는 기본적으로 우아하고 고급스럽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각 소비자들을 관리하는 ‘나만을 위한 웨이터’가 존재해 소위 말하는 젊은 세대들이 추구하는 ‘허세와 사치’에도 훌륭하게 부합한다. 주방장이 공을 들인 일품요리가 고급스러운 방식으로 제공돼, ‘나만의 감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의 니즈를 정확히 충족시켜 준다.



한우 업진살 구이와 참송이버섯. 사진=김주리 기자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지루함을 느끼긴 힘들다. 코스 요리가 제공될 때마다 앞서 언급한 ‘나만의 서버’가 다가와 이후 선보일 요리를 소개해주며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맛있게 먹고, 예쁜 음식 사진들을 찍고, 함께 간 친구 혹은 연인, 가족들과 수다를 떨고, 원한다면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려 자랑하면 된다. 상당히 즐거운 체험을 제공하는 곳이다.


체험+개성+플렉스…오마카세, MZ세대의 뇌관을 건드리다


사진=압도 제공

2030세대가 활발하게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오마카세’를 검색하면 60만개가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이 자랑하기에 최적화된 SNS라는 우스갯소리답게, 많은 사람이 다녀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쁜 사진과 후기를 올리며 자랑하는 것이다.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SNS, 커뮤니티 등에서 유명한 맛집은 한 번쯤 찾아가려 노력하는 편이다’라는 질문에 20대의 58.8%, 30대의 53.6%가 동의했다. 2030세대 2명 중 1명 이상이 SNS를 통해 유명해진 맛집에 관심을 갖고 방문까지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트렌드는 오마카세 베블런 효과를 만드는 데에도 일조한다. 즉 오마카세를 즐기는 문화는 최근 명품시장에 큰 손으로 떠오른 젊은 세대들의 소비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차별적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로 인한 인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급 레스토랑 방문은 나를 위한 투자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설문조사에서 50대는 34.8%만 동의한 반면 20대는 61.2%가 그렇다고 답했다.


MZ세대는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토대로 소비하는 ‘가치 소비’ 성향이 크다. ‘값비싼 음식을 먹는 것은 나를 존중하고 위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질문에 20대 55.6%, 30대 45.6%, 40대 36%, 50대 35.6%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MZ세대들의 과시 소비와 전염성에 대해 “자신이 속한 그룹에서 동질적으로 비슷한 것을 추구하는 소비 경향이 있다”며 “동류 그룹과 유사한 소비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공유·확산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비집’, ‘다찌집’이 오마카세로…식문화의 레트로 현상


사진=연합뉴스


사실 '오마카세'라고 불리는 레스토랑이 완전히 새로 생겨난 형태의 문화는 아니다. 기존에는 '실비집', '다찌집'이라고 불리며 1인당 5만원 가량을 내면 '주방 이모'가 내주는 음식들과 술을 함께 즐기는 문화가 존재했다. 오마카세 현상이 식문화의 '레트로화'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오마카세 현상은 단순 소비문화가 아닌, 음식 자체의 퀄리티에 더해 사람들이 식문화에서 중요시하는 요소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어떤 음식을 내어 주는지 뿐 아니라 어떤 인심을 함께 내어 주는지가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사람들이 오마카세에 가는 목적은 맛있는 식사를 하기 위함만이 아니다. 바 형태의 테이블에서 셰프와 마주보고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들는 것이 오마카세를 방문하는 목적에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오마카세 문화가 더 다양해지고 세분화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마카세는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지식을 넓혀주고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의 내 선택지를 확장시켜준다”며 “소비의 자기주도성이 커지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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