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사모펀드 파킹 15년만에 이베스트증권 품는다 [시그널]

올해 6월 펀드 청산 앞두고 계열사 편입
LS,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
구자열 의장 증권사 인수 최종 결정

LS(006260)그룹이 사모펀드(PEF)를 통해 사실상 지배했던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을 그룹 계열사로 편입한다. 이베스트증권 최대 주주인 PEF 글로벌앤어소시에이츠(G&A)의 펀드 청산 시기가 도래하면서 펀드 실소유주인 LS그룹의 인수가 임박한 것이다.




11일 투자은행업계(IB)에 따르면 금융위는 LS그룹의 주요 계열사 LS네트웍스(000680)의 이베스트증권 대주주 변경 승인과 관련해 심사를 진행 중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주인 자격을 검증하는 절차로 금융기관 인수합병(M&A)을 위해 필수로 거쳐야 한다.


이베스트증권은 미국계 증권회사인 이트레이드증권과 우리투자증권(옛 LG투자증권), 일본 소프트뱅크이 1999년 합자회사로 설립했다.


이베스트증권의 최대 주주는 사실상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베스트증권의 지배구조는 G&A PEF(61.71%)→LS네트웍스(98.81%)→E1(017940)(81.79%)으로 이어진다. 구 의장은 E1의 최대 주주로 지분 12.78%를 갖고 있다. 결국 구 의장이 G&A PEF를 통해 이베스트증권을 지배하는 구조다.


이베스트증권과 LS그룹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G&A PEF는 2008년 이베스트증권(옛 이트레이드증권) 인수를 위해 3350억 원의 펀드 결성에 나섰고, LS네트웍스가 1010억 원을 투자해 최대 출자자(30.1%)로 참여했다.


이후 G&A PEF는 펀드 결성 5년 만인 2013년 펀드 만기 도래에 따라 2012년 매각 작업을 진행했다. 다만 매각 작업엔 진척이 없었고, 펀드 만기를 2년 연장해 2015년 재매각에 나섰지만 무위에 그쳤다.


G&A PEF에 2300억 원을 투입한 출자자들은 투자 당시 받은 풋옵션을 2015년 행사하면서 주주로서 물러나고 LS그룹만 남았다. LS네트웍스는 이베스트증권 투자 당시 펀드에 출자한 농협·신한은행·국민은행 등의 시중 은행과 풋옵션 계약을 맺었는데, 계약 만기 도래에 따라 투자 원금에 이자 등을 합쳐 3282억 원에 이들의 지분을 떠안아 현재 지분을 확보했다.


2017년에는 OK금융그룹(옛 아프로서비스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기도 했다. 하지만 가격 협상에서 양측의 이견이 이어졌고, 금융당국의 대주주 승인마저 불투명해지자 매각은 무산됐다.


이베스트증권은 여러 차례 매각 시도에 나선 만큼 M&A 시장의 잠재 매물로 거론돼 왔다. 최근 우리금융지주의 이베스트증권 인수 가능성이 거론됐고, 행동주의 펀드 KCGI의 인수설도 흘러나왔다.


다만 LS그룹은 증권업에 대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팔지 않았고, 법적으로 PEF의 증권사 인수 기한(15년)이 만료되는 올해 6월이 임박하자 전격 인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구 의장은 지난 2018년 LS그룹 회장을 지내던 당시 김원규 전 NH투자증권 사장을 이베스트증권 대표이사에 내정하면서 매각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LG증권서부터 구 의장과 호흡을 맞춰 온 '믿을맨'이다. 김 대표는 구 의장이 LG증권 영업사업을 총괄하던 당시 금융상품영업팀장을 맡았으며, LG증권이 우리투자증권에 인수된 이후인 2013년엔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에 올랐다. 2015년엔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한 NH투자증권의 초대 사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이번 인수는 LS네트웍스가 이베스트증권의 인수 주체로 나선 만큼 지주사가 금융회사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금산분리에 해당하지 않는다. LS네트웍스는 LS그룹 지주사인 ㈜LS에 편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정에 밝은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베스트증권이 2019년부터 김원규 대표 체제를 이어온 것은 회사를 성장시키려는 구자열 의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며 "펀드 청산 시기가 임박했음에도 뚜렷한 재매각 작업에 나서지 않았던 것은 직접 인수에 무게를 둔 행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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