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 연합군이 주도하던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에서 구글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구글은 코딩을 척척 해내고 고도의 수학 문제도 쉽게 풀 수 있는 차세대 대규모언어모델을(LLM) 기반으로 한 대화형AI ‘바드’를 전격 공개했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에 있는 쇼어라인 앰피시어터. 구글의 전용 노천극장인 이곳이 빨강·노랑·초록·파랑 등 알록달록한 목걸이를 걸고 전 세계에서 온 4100여 명의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구글이 이곳에서 연례 개발자 회의(I/O)를 진행한 것은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참가자들의 관심은 구글이 오픈AI에 대항해 내놓은 최신 대규모언어모델 팜2(PaLM2)로 향했다. 팜2는 100개 이상의 언어로 학습했으며 고급 수학 연산과 추론은 물론 코딩 작성에 강점이 있다. 모델의 성능과 연관성이 높은 매개변수는 5400억 개로 오픈AI의 GPT3(1750억 개) 대비 3배에 달하는 규모다. GPT4의 경우 정확한 매개변수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청바지에 회색 니트를 입고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차분한 표정으로 “AI 선도 기업으로서 여정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흥미로운 변곡점에 서게 됐다”며 “20억 명 이상의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생성형AI를 통해 이들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일 뿐 아니라 책임감 있는 AI를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단연 주목을 끈 것은 한국어로 학습하고 답변을 하는 구글의 대화형AI 바드였다. 구글은 이날 영어에 이어 한국어와 일본어 버전을 출시했다. 향후 40개 언어로 확대하겠다는 설명이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먼저 출시한 이유를 두고 구글 측은 “지속적으로 이용자 피드백을 듣고 배워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일본어의 경우 일본어 능력 시험에서 A레벨을 받을 정도로 잘 작동한다”고 말했다. 피차이 CEO가 시연을 통해 구글 본사에 있는 엔지니어가 대한민국 서울에 있는 동료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코드를 수정하며 코멘트를 달 때 한국어로 코드 수정의 이유를 넣는 등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페이지 베일리 구글 프로덕트 매니저는 “MS의 깃허브 코파일럿은 확장 기능의 하나로 코드 작성이 가능하다면 구글의 경우 코드 작성부터 보안, 취약성 점검, 디버깅 등 코딩의 모든 경험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구글 검색 엔진도 바드를 탑재해 ‘검색 생성형 경험(SGE·Search Generative Experience)’으로 탈바꿈했다. “세 살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갈 때 네바다주의 브라이스캐니언과 유타주의 아처스국립공원 중 어디를 추천하느냐”고 묻자 바드는 둘 다 어린이에게 친화적인 곳이지만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밝히면서 이미지와 함께 답변을 제시했다. 쇼핑 검색 기능도 더욱 친절해졌다. 왕복 5㎞가량 출퇴근하는 용도로 쓸 만한 전기자전거를 추천해달라고 하자 구체적인 모델 세 가지를 비교하면서 할인 정보까지 안내하기도 했다. 구글 측은 “광고 지원을 받는 콘텐츠를 노출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날 구글 주가는 4% 상승 마감했다.
구글은 최근 구글 브레인과 딥마인드의 통합으로 탄생한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 중인 차세대 언어 모델 제미니(Gemini)도 공개하며 생성형AI 분야에서 리더십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피차이 CEO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전 모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상적인 멀티모달(텍스트·이미지 등 여러 형태의 미디어를 처리하는 것) 기능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구글은 최초의 폴더블 스마트폰인 ‘픽셀 폴드’를 공개했다. 구글이 삼성전자와 개발한 모바일 프로세서인 ‘텐서(Tensor) G2’가 탑재됐으며 폈을 때 화면 7.8인치, 접었을 때 화면 5.8인치로 삼성 갤럭시 Z폴드4 대비 접었을 때 화면 사이즈가 넓은 편이다. 가격은 1799달러(약 237만 원)부터 시작한다.
글·사진(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