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딱 1년 앞둔 지난달 10일, 한 30대 정치인의 깜짝 발표가 국회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었다. 오 의원은 “한계를 느꼈다”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소방관 출신인 오 의원의 정치 입문 전 마지막 임무는 독도 헬기 추락 사고 실종자 수색 작업이었다. 실종자는 구조·구급 업무를 주로 담당한 오 의원의 동료였던 소방항공대원들이었다. 이후 민주당으로부터 인재 영입 제안을 받고 정치에 발을 들였다.
공교롭게도 오 의원이 정치를 그만둬야겠다고 판단한 이유도 동료의 죽음이었다. 1호 법안으로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을 제한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법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지어지던 냉동 창고에서 동료 소방관 3명을 떠나보냈다. 올 초에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화재 현장으로 뛰어든 30세의 젊은 소방관이 순직했다.
오 의원은 해당 소방관의 영결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동료조차 지키지 못하는 현장의 현실에서 ‘한계’를 느낀 것이다.
오 의원이 한계를 느낀 건 비단 현장만이 아니었다. 극단적 갈등 속에서 사람 살리는 법안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는 정치의 현실에서도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159명의 생명을 앗아간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사고 발생 200일이 넘도록 첫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전세사기 대책 특별법을 놓고 여야가 한 치의 양보 없이 정쟁하는 사이 4명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민주당 내의 현실 또한 한계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친명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오 의원은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심심찮게 문자 폭탄의 대상이 됐다.
오 의원은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대로 소방관으로 돌아가기 위해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간부가 아닌 현장으로 가겠다고 한다. 오 의원이 현장에서 사람을 살리는 동안 국회에 남은 이들이 해야 할 일은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하는 것이다. 오 의원은 “지금도 정치의 힘을 믿는다”고 말한다. 부디 정치가 오 의원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