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적정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 징병제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인구절벽 시대의 병역제도 발전 포럼’에서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인해 우리 군도 병역 자원의 안정적 수급이 어렵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국회 행사는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원식(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병무청과 성우회(전직 장성모임)가 주관했다.
이기식 병무청장은 세미나에서 “청년 인구 감소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안정적인 병역 자원 충원에 매우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인구절벽에 대비한 병역 정책을 만드는 것은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한호 성우회 회장은 “지금과 같이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못 박아 놓고 징집 가능 인구에 발맞춰 병력을 줄여나가는 것은 우리의 심각한 안보 불감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복무 기간을 2년 혹은 그 이상 적용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관호 한국국방정책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은 ‘인구절벽 시대 병력 충원 모델’에 대한 주제 발표를 통해 “병역 36만여 명(18개월 복무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26만 명의 입대자가 필요하지만 군 입대 가용인구(20세 남자)는 2025년 기준 22만여 명에 불과하다”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병력을 채우기 위해서는 현 복무 기간을 18개월에서 21개월, 24개월 등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책임연구위원은 “이대로 가면 2035년부터 매년 2만여 명씩 병력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국방부는 인구절벽 가속화에 따라 군 입대 가용인구가 2040년 현재의 절반 수준인 14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 교수는 ‘병역제도 개선 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병역제도는 현재의 ‘상비 병력 중심’에서 민간 인력을 포함하는 ‘총체적 국방 인력’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에 따라 “상비 병력 규모는 정예 인력 확보의 관점에서 부사관 위주로 확대해 나가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직업 안정성 보장 차원에서 부사관의 정년을 원칙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미래에 부족한 병력 자원 충원을 위해 남성 위주의 징집 가능 자원을 여성으로 확대하는 사회적 논의가 지금 당장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또 현역 복무를 하지 않는 각종 병역 특혜 제도를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역 복무를 하지 않고 대체 복무로 가늠하는 보충역은 사회복무 요원(옛 공익근무 요원) 5만 8000여 명을 포함해 예술·체육 요원, 산업기능 요원, 전문연구 요원, 양심적 대체 복무자(대체역) 등 모두 9만 7000여 명에 이른다. 그는 “대체 복무제는 국가 경쟁력이 미흡했던 1970~1980년대에 국위 선양을 위해 불가피하게 도입한 제도”라며 “하지만 이 제도는 입대 가능 인구(만 20세)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공정성과 형평성 차원에서도 부합하지 않아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족 자원을 채울 대안으로 첨단 무기 운용을 위한 기술집약형 전투부사관과 특기별 전문 병사, 여성의 자원 입대 제도 등 다양한 제도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예비군을 ‘준 직업’ 예비군으로 전환해 병력·부대 감소를 보완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미래 병역 제도 발전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