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16.7%)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어 3분의 1 가량은 합병증이 나타날 때까지 당뇨병을 인지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당뇨병 또는 당뇨병전단계를 조기 진단하기 위해 40세부터 매년 공복혈당 또는 당화혈색소를 체크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과체중이거나 고혈압, 심혈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30세가 선별검사 시작 기준이다. 그런데 만 35세부터 매년 당뇨병 선별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새로운 진료지침이 나왔다. 체질량지수(BMI) 23kg/㎡ 이상인 과체중 직계가족에게 당뇨병이 있는 경우 △공복혈당장애나 내당능장애의 과거력 △임신당뇨병이나 4kg 이상 거대아 출산력 △고혈압 △HDL 콜레스테롤 35㎎/dL 미만 또는 중성지방 250㎎/dL 이상 △인슐린저항성(다낭난소증후군·흑색가시세포증 등) △심혈관질환(뇌졸중·관상동맥질환 등) 등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인자를 가진 고위험군은 만 18세 이상 성인이라면 나이와 관계없이 매년 선별검사를 받아야 한다.
12일 대한당뇨병학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당뇨병 진료지침 개정안을 내놨다. 이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당뇨병이 생겨 유병기간이 길어질수록 합병증 위험이 높아졌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와 함께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인자인 비만 비율이 급증하면서 20~30대 젊은 당뇨병 환자가 크게 늘었다는 최신 국내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20~30대에서 BMI 35.0kg/㎡인 고도비만 환자가 급격히 늘어난 점을 고려해 복부비만(남성의 경우 복부둘레≥90cm, 여성≥85cm)도 제2형 당뇨병의 주요 위험인자로 추가했다.
당뇨병은 혈액을 통해 공복혈당 또는 당화혈색소 수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선별검사가 가능하다. 당뇨병의 3대 증상으로 불리는 다음·다뇨·설명되지 않는 체중감소 소견을 보이면서 △식사와 관계없이 무작위 측정한 혈당 수치가 200㎎/dL 이상 △8시간 공복 후 측정한 혈당이 126㎎/dL 이상 △75g 경구당부하 2시간 후 측정한 혈당이 200㎎/dL 이상 △당화혈색소 수치가 6.5% 이상 등 4가지 기준 1가지라도 해당되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당뇨병전단계 역시 아직 당뇨병이 아닐 뿐 단기간에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일반적으로 매년 당뇨병전단계의 8% 정도가 당뇨병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회가 선별검사 시작 연령을 바꾼 당뇨병 진료 지침 개정안을 낸 것은 지난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2021년 기준 국내 당뇨병 환자는 600만 명을 넘어섰다. 아직 당뇨병은 아니지만 공복혈당이 100~125mg/dL 또는 당화혈색소가 5.7~6.4%로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태인 당뇨병전단계 인구는 약 1583만 명에 달했다. 대한민국 국민 중 10명 중 4명이 당뇨병이거나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단계란 의미다.
고혈압과 함께 한국인의 최대 만성질환인 당뇨병의 관리 수준은 저조하다. 학회가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토대로 발간한 당뇨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당뇨병이 있는 30세 이상 성인의 65.8%만이 질환을 인지하고 있었다. 당뇨병 치료를 받는 경우는 10명 중 6명에 그쳤고, 그 중 25%만이 당뇨병 환자의 관리목표로 삼는 당화혈색소 6.5%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은 서양인과 달리 비교적 낮은 BMI에서도 비만 관련 질환 및 당뇨병이 높다. 중증 비만이 아니라도 일찍부터 질환 위험을 인지하고 식단, 운동 등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당뇨병 예방에 힘써야 한다는 의미다.
최종한 건국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이른 나이에 합병증이 발생하면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조기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며 “젊은 나이에도 당뇨병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평소 심한 비만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되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