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7조 차세대 메모리 선점 '속도전'… CXL 2.0 D램 개발 성공

DDR방식 D램 한계 벗어나 용량 확대
AI, 머신러닝 등 수요 늘며 차세대 성장제품으로

삼성전자 128GB CXL D램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메모리 플랫폼인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시장에서 잇달아 선도 제품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CXL 2.0을 지원하는 128GB CXL D램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삼성은 앞서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CXL 1.1 기반 D램을 개발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1년 만에 CXL 2.0 기반 D램까지 선보이며 CXL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CXL 2.0 D램은 올해 안에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CXL은 컴퓨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반도체 사이의 연결을 담당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현재 D램 분야에서는 '더블 데이터 레이트(DDR)'라는 인터페이스가 범용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DDR4, DDR5 D램 등이 이 기술을 활용한 메모리 반도체다.


여기서 DDR 기반 D램의 가장 큰 문제는 물리적으로 CPU 1개에 16개의 모듈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의 미세공정 혁신이 점점 늦어지면서 용량 확대에 한계가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장 용량을 더 이상 늘리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메모리 반도체 선폭을 줄이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생산성이 점점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


CXL은 이같은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탄생한 기술이다. CXL 인터페이스를 적용하면 D램 용량을 기존 한계에서 벗어나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설비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메모리 용량을 늘릴 수 있게 된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 고속 데이터 처리가 요구되는 차세대 컴퓨팅 시장과 서버 시장 등에서 CXL 기술이 광범위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장점 때문에 CXL 시장이 오는 2030년 200억 달러(약 27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1등인 삼성전자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이번 제품에는 반도체 업계 최초로 '메모리 풀링(pooling)' 기능도 지원된다. 메모리 풀링은 여러개의 CXL 메모리를 묶어 풀(pool)을 만들고 이를 여러 호스트가 필요에 따라 나눠쓰는 기술이다. 비유하자면 각 호스트들이 칸막이를 치고 각자 자신의 접시에 있던 음식만 먹던 방식에서 앞으로는 칸막이 없이 음식이 담긴 접시를 가운데 두고 여럿이 나눠 먹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자연히 효율적인 메모리 활용이 가능해지고 식당(데이터센터)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


최장석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신사업기획팀장(상무)는 "앞으로도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해 CXL 생태계를 확장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삼성과 CXL분야에서 협업하고 있는 인텔의 기술 이니셔티브 부문 책임자인 짐 파파스 디렉터는 "앞으로도 삼성과 지속 협력해 업계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CXL 제품의 성장과 채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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