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내수의 완만한 회복에도 불구하고 수출·설비투자 부진 등에 따른 제조업 중심의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정부의 진단이 나왔다. 2월 정부가 경기 둔화 ‘우려’를 ‘경기 둔화’로 수위를 높인 뒤 4개월째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는 ‘경기 둔화 우려’로 진단했지만, 올해 1월 ‘경기 둔화 우려 확대’로 수위를 높인 뒤 2월엔 ‘우려’를 아예 뺀 채 둔화로 진단했다.
기획재정부는 12일 발표한 ‘5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둔화되는 가운데, 내수는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수출 및 설비투자 부진 등 제조업 중심의 경기둔화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출은 역시 반도체 경기 부진 영향이 컸다. 반도체·무선통신·디스플레이 등의 IT제품 수출이 전년동월대비 -14.2%가 감소했다. 일평균 수출액도 22억1000만 달러로 같은기간 -10.4%줄었다.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 생산이 직격탄을 받았다. 3월 전산업생산은 1년 전보다 2.2%증가하는 데 그쳤다. 1월 -1.4%보다 개선된 모양새지만 2월 3.3%보다 다시 후퇴했다.
3월 경상수지는 2억7000만 달러(잠정)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째 마이너스다. 상품수지가 무역적자 축소로 적자폭을 줄였고, 서비스수지도 운송·여행수지 개선으로 적자폭이 축소된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99.3→99.9)와 앞으로의 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수(98.5→98.2, 3월 기준) 모두 전달에 이어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4월 취업자가 전년동월대비 35만4000명이 증가했고, 실업률이 2.8%로 같은 기간 0.2%포인트 하락했지만 제조업 부진 여파는 고용시장에도 드러났다. 4월 제조업 취업자는 442만 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만 7000명 감소했다. 2020년 12월(11만 명) 이후 28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그나마 물가 상승세는 둔화되고, 내수는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4월 소비자물가는 개인서비스 가격이 상승했지만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 및 석유류 가격 하락 등으로 전년동월비 3.7%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내려온 것은 14개월 만이었다. 3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0.2%, 소매판매는 0.4%증가했다. 1분기 민간소비도 전기대비 0.5% 증가했다.기재부는 4월 소매판매와 관련 "소비자심리지수 상승과 방한 중국인 관광객 증가 등은 긍정적 요인"이라며 "백화점 매출 감소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속보치에 따르면 4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동월대비 1191.8% 증가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3월 92에서 4월 95.1로 상승했다. 다만 3월 전년동월대비 7.2% 증가했던 백화점 매출액은 4월 0.8% 감소로 돌아섰다.
향후 경기에 대해 기재부는 대외적인 요인으로 중국 리오프닝 효과에 대한 기대와 통화 긴축에 따른 금융불안이 교차한다고 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영향을 포함한 하방위험이 교차하며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된다고도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확고한 물가·민생안정과 대내외 리스크 관리 하에 경협기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부진한 수출·투자를 제고하고 내수 활력을 높여 경제체질의 구조적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