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인들이 그렇게 넷플릭스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열심히 보는데...K-콘텐츠주 주가는 도대체 왜 이모양일까요? 콘텐츠 관련 기업들이 떼돈을 벌어야 마땅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상황. 이번주에 CJ ENM, 콘텐트리중앙, 스튜디오드래곤이 아쉬운 실적을 발표했는데 내용을 뜯어보면 더 걱정이 앞섭니다. 다들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대로 괜찮은지,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CJ ENM - 1분기 매출 9490억원(전년 대비 -0.9%), 영업익 -503억원(적자전환), 영업이익률은 전년보다 -6.7%포인트 줄어든 -5.3%로 어닝쇼크.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느라 실적 악화. 광고 시장도 부진, 자체 아티스트는 기대 이하의 성과. 작년 9400억을 들여 인수한 미국 스튜디오(피프스 시즌)도 적자에서 허덕이는 상태.
▶스튜디오드래곤 - CJ ENM의 드라마 제작 자회사죠. 1분기 매출 2111억원(전년 대비 74.4%), 영업익 216억원(43.9%)으로 컨센서스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익률은 전년보다 4.8%포인트 감소한 10.2%.
OTT에 작품을 많이 판 건 좋긴 한데, 이게 또 한계가 있습니다. 더글로리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100% 대주는 대신 국내 비독점 유통과 해외 독점 저작권을 가져갑니다. 해외에서 아무리 빵 터져도 스튜디오드래곤에 추가 수익이 생기진 않는단 얘기.
▶콘텐트리중앙 - 1분기 매출 1871억원(전년 대비 38%), 영업익 -302억원(적자 확대). 영업이익률은 8.4%포인트 빠진 -16.1%.
투자랑 배급 맡은 영화 '대외비', '교섭'이 흥행이 안 됐고 드라마 미국 자회사도 적자. JTBC의 드라마 편성도 연기. 그나마 메가박스 관람객 수가 늘고 매출 인식 방식을 바꿔서 메가박스 매출이 전년비 190.5% 증가한 건 반가운 소식. 올해 범죄도시 3, D.P 시즌 2 등이 대기중인 것도 기대 포인트.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넷플릭스가 앞으로 4년간 한국 콘텐츠에 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는데요. 그동안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것 대비 크게 늘지 않은 금액입니다. 드라마 제작비는 폭증하고 있는데 투자 금액은 비슷하다? 넷플릭스가 더이상 드라마 제작비를 보전해주기 힘들거나, 한국 드라마를 덜 제작하겠단 의미겠죠.
게다가 OCN, TVN 같은 드라마 채널들도 드라마 편성을 줄이는 추세입니다. 회당 제작비 20억원 이상의 하반기 공개작들(경이로운 소문2, 아스달 연대기 2 등)이 잘 터져서 추가 시즌 제작이 가능해진다면, 혹은 더 수익성이 좋은 미국 TV시리즈 제작이 결정된다면 긍정적인 신호로 봐도 좋겠죠.
또 중국의 한한령이 풀려서 우리나라 드라마, 영화들이 다시 중국으로 수출된다면 역시 호재일 테고요. 콘텐트리중앙이 손대고 있는 영화 산업의 경우엔 여전히 극장 관람객들이 코로나19 이전만큼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 영화의 흥행 여부에 의존을 많이 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도 비관적인 이야기를 좀 많이 늘어놨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조차 투자를 딱히 늘리지 않고(넷플릭스의 1분기 영업익은 전년 대비 13% 감소), 경기 침체 전망에 광고주들이 광고 지출을 줄이려는 상황, 그러니까 업황이 좋아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온전히 콘텐츠의 힘으로 승부해야 하는 겁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메리트가 없죠.
그래도 고르라면 스튜디오드래곤이 좀 나아보이긴 합니다. 워낙 잘 만들기도 하고 콘텐츠 공급 플랫폼이 넷플릭스, 티빙,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등 다각화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미 들고 계신 구독자님들에겐 죄송하지만 주가도 많이 떨어져있긴 합니다. 다 떨어진 줄 알았는데 계속 떨어져서 문제긴 하지만요. 그래도 앞으로 K-콘텐츠의 미래를 믿으신다면 투자를 고민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