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포트폴리오 살펴보니…딥테크 비중 절반 넘었다

AI·빅데이터 분야 집중 투자
AC도 투자 회수 연속 성공
특정기술 전문성·성과 보유로
플랫폼 업체는 찬밥 신세 전략
"앞으로 10년은 딥테크 시대"




“오늘 이 중요한 자리에서 참석자들이 ‘딥테크 스타트업’이라는 표현을 많이 써서 반가웠습니다. 10년 전 딥테크 투자 회사를 만들어 죽어라 노력했는데, 이제야 좀 알아주는 느낌이네요.”


10일 국회의사당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해 정부 정책 담당자, 주요 벤처기업인, 벤처캐피털(VC) 대표들이 모여 개최한 ‘벤처·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가 꺼낸 말이다. 최근 딥테크 스타트업이 벤처업계의 주역으로 부상하면서 이날 간담회에서도 딥테크와 관련한 논의가 줄곧 이어졌다.


딥테크(Deep Tech) 스타트업이란 미국 벤처투자업계에서 만들어진 용어로 공학·과학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첨단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을 뜻한다. 특정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나 독보적인 성과를 갖고 있어 일반적인 서비스 업체나 플랫폼 회사처럼 모방이 쉽지 않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0년대 후반 미국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자율주행·반도체·로켓·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딥테크 분야에서 도전장을 내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벤처·스타트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10년이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의 시대였다면 앞으로 10년은 딥테크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경제가 최근 주요 VC가 공개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딥테크의 위상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VC들인 이미 절반이 넘는 자금을 딥테크 기업에 투입하고 있다.


두나무앤파트너스는 지난 5년간 60개의 스타트업에 1,444억 원을 투자했다. 두나무의 투자전문 자회사로 출범한 두나무앤파트너스는 올해 설립 5주년을 맞아 이같은 투자결과를 공개했다. 두나무앤파트너스는 모회사가 속한 핀테크와 블록체인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최근에는 AI와 빅데이터 등 딥테크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실제 전체 투자금액인 1,444억 원 중 AI와 데이터 분야 투자가 52%를 차지했다. AI 투자 솔루션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AI 반도체 설계 기업 리벨리온 등이 대표적인 투자 기업이다.


다양한 딥테크 영역 중에서도 AI 등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발휘해 투자를 집중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반도체·AI 분야에만 전체 투자금의 약 20%에 달하는 1200억 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반도체 디자인 하우스(DSP) ‘가온칩스’가 대표적이다. 2018년에 투자한 AI반도체 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도 상장에 성공했다. 이 회사의 최근 시가총액은 5000억 원을 웃돌고 있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데이터처리 특화 반도체인 데이터가속기(DPU, Data Processing Unit)를 개발하는 망고부스트,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이스라엘의 NeuReality 등에 초기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AI가 원활하게 구현되는 핵심 인프라 영역에도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2019년부터 투자한 ‘노타’와 ‘크립토랩’ 대표적이다. 노타는 엔비디아, ARM 등 글로벌 팹리스와 협업을 하고 있다. 네이버, 삼성, LG, 카카오로부터 전략적 투자도 유치했다. 2019년부터 투자한 크립토랩은 암호화 데이터를 해독하지 않고 가공·활용할 수 있는 4세대 동형암호 원천기술을 개발해 금융·의료 영역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스톤브릿지벤처스 관계자는 “기존에 주력 투자 분야였던 바이오와 컨텐츠 등의 기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면서 “전체 포트폴리오 기업 중 딥테크에 속한 기업은 약 6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영(앞줄 왼쪽 여덟 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0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 팁스홀에서 초격차 프로젝트 출정식에 참석해 초격차 스타트업 대표, 전문기관 임직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중소벤처기업부


딥테크 스타트업의 생존 확률이 높다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요소다. 설립 초기부터 기술 창업 전문 회사로 브랜딩한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현재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의 지분가치는 4조676억 원에 달한다. 투자한 기업들의 5년 이상 생존율은 94.7%로 업계 평균인 약 29%를 크게 뛰어넘는다. 산업별 누적 포트폴리오 비율은 △산업기술 26% △데이터·AI 25% △헬스케어 21% △바이오메디컬 13% △클린테크 11% △기타 4% 등이다. 블루포인파트너스는 지난해 63건(신규 53건)의 투자를 집행했고, 8년간 투자한 누적 스타트업은 지난해 말 기준 총 276개사로 국내 스타트업 투자사들 중 가장 많다.


딥테크 투자를 선도해 온 퓨처플레이도 성공적인 투자회수에 잇달아 성공하고 있다.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이한 퓨처플레이는 지난 3월 말 기준 총 215개 기업에 약 1128억 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중 초기 스타트업의 비율은 90.2%에 달하고, 딥테크 스타트업은 65.4%를 차지했다. 투자 분야별로는 △로보틱스·자율주행 16.7% △헬스케어 12.5% △IT 인프라·빅데이터 10.7% △푸드테크 8.3% △인공지능(AI) 7.4% 순이다. 퓨처플레이에 따르면 투자 기업 생존율은 91.6%로 집계됐으며, 특히 전체 포트폴리오사의 기업가치는 투자 시점 대비 20.5배 상승했다. 이중 3개 사는 기업공개(IPO)에 성공, 8개 사는 인수합병(M&A)을 완료했다. 현재 IPO를 앞둔 기업은 11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딥테크 기업들은 당장은 매출이 없어도 궁극적으로 투자사에게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며 “기술기반 기업들의 생존율과 성장률에 투자시장이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VC 대표 파트너는 “현재 주요 투자사들이 과거에 비해 플랫폼 기업 등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오히려 기술력 있는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산업단지 곳곳을 누비는 것이 일상이 됐을 정도”라고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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