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바드' 제1외국어로 '한국어' 택한 구글, 속내는 네이버 의식?[AI토피아]

"서울 택시 기사 휴대폰 인상적"
영어와 다른 언어 체계 실험 의도도 깔려
"국내 빅테크와 경쟁 고려해 전략 설계했을 것"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경쟁이 격화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합니다. AI와 함께 하는 현재와 같이 살아갈 미래는 인류에게 유토피아일 수도 있고,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습니다. ‘AItopia’를 통해 AI로 인한 사회·산업의 변화를 분석하고 인류 삶의 미래를 조망합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쇼어라인 엠피씨어터에서 개최된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취재진들이 구글의 새 제품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은 신기술 수용의 최첨단을 달리는 매우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나라입니다. 두 시장에 (진출을) 확대한다는 것은 큰 가치가 있습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의 구글 클라우드 사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구글의 인공지능(AI) 챗봇 바드(Bard)에 영어 외 처음으로 선택한 언어로 한국어를 택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한국이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습득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은 이용자가 많아 바드가 빠르게 확산해 점유율을 이른 시일 내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피차이 CEO는 24년 전 한국을 방문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1999년 서울에서 택시를 탄 적이 있었는데, 운전자가 휴대전화 3대를 이용하고 있었던 기억이 강렬히 남아 있다"며 "일본에서는 어느 식당의 식탁 반대편에서 두 손님이 제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서로 문자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두 국가가 첨단 기술의 최전선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있는 구글 클라우드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오른쪽) 구글 최고경영자가 구글의 경쟁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구글은 그동안 바드를 영문으로만 지원해 왔지만 '제1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했다. 사용자 규모로 따지면 스페인어나 중국어, 힌두어가 더 많지만 이들 언어를 제친 것이다.


구글이 전 세계 각국 언어로 바드를 출시하기 전에 전혀 다른 언어 체계에 대한 실험을 한국에서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피차이 CEO는 “한국어와 일본어는 영어와 전혀 다른 언어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도전적인 과제”라며 “우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다른 언어 학습을 훨씬 쉽게 인식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네이버 제2사옥 1784. 사진제공=네이버

일각에서는 토종 빅테크인 네이버와 카카오(035720)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초거대 AI를 독자적으로 보유한 국가가 한국, 미국, 중국, 이스라엘 등 4개국으로 국내 기업이 기술력을 갖춘 만큼 견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네이버는 오픈 AI, 화웨이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초대규모 AI를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이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하반기 중 초거대 AI 출시하기 전에 한발 빠르게 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7월 중에 '하이퍼클로바X'를, 카카오는 하반기 안에 '코GPT 2.0'을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구글은 네이버와 다른 국가에서도 맞붙어야 한다. 네이버는 데이터주권 및 규제 준수 등을 보장하는 '소버린 AI' 전략으로 일본과 중동·동남아 등 제3국 AI 시장까지 진출할 예정이다. 구글이 한국 시장에서 네이버의 기선을 제압한다면 다른 국가에서 경쟁도 유리해질 것이라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와 경쟁 구도를 보고 출시 전략을 설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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