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간 공동출자 허용"……대기업 장애인 사업장 설립 쉬워진다

제6차 장애인 고용촉진 기본계획
기업 규제 완화해 표준사업장 확대
숙련도·취업기회 넓히는 여건도 조성
의무서 자율로…고용 패러다임 변화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선수단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근로 여건이 우수한 대기업이 장애인 사업장을 설립하기 쉬워진다. 정부는 장애인이 더 많은 기업에서 일하도록 교육 훈련과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가 기업에 장애인 고용을 강제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 스스로 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제6차 장애인 고용촉진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장애인 기본 계획은 범 정부 차원에서 5년 단위로 만들어진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을 늘리기 위해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푸는 것이다. 정부는 지주회사 체제 내 자회사끼리 또는 손자회사끼리 공동출자를 통한 사업장 설립을 특례방식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현행 지주회사 제도는 복수 계열사간 공동출자를 불허한다. 그동안 경영계는 이 규제를 풀어야 장애인 고용이 늘 수 있다고 요구해왔다.


특히 표준사업장은 영세하거나 장애인 고용 의무 준수에 급급한 대다수 장애인 사업장과 달리 대기업이 주도하는 덕분에 근로 여건이 훨씬 낫다. 작년 말 기준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128곳으로 6117명의 장애인이 근무한다. 이 중 중증장애인은 78%나 차지한다. 장애 정도가 심한 중증장애인이 더 많이 일할 수 있을 만큼 근로 환경이 잘 갖춰졌다는 얘기다. 생산가능 장애인구 중 발달장애인 비중은 작년 17%에서 2030년 25%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는 기업이 더 우수한 장애인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확충한다. 민간기업과 공공기관만 허용되던 연계고용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으로 확대된다. 기업이 장애인 채용을 전제로 직업훈련을 하면 부담금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고용기여 인정제도 도입된다. 또 정부는 3곳이었던 장애인 디지털 훈련센터를 2025년까지 17곳으로 확대하고 2024년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장애인 훈련시설을 만든다.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인 전용 공공훈련기관 신설안도 검토한다. 장애인력 숙련도를 높이는 융복합 훈련직종도 11개서 2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장애인 고용이 기업 선의로만 기댈 수 없다는 점도 이번 대책 방향에 담았다. 기존 의무불이행 기업 명단 공표제도를 강화하고 의무고용율 미만 대기업에 대해 고용 컨설팅 사업을 확대한다. 또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직접 지원도 강화됐다. 작년 3850명이던 출퇴근 비용 지원 대상자는 올해 1만5000명으로 4배 가량 늘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의무고용률, 부담금 등 전통적인 정책 수단으로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장애인이 재능을 발휘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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