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간호법 폭주'에…당정, 대체입법으로 출구전략 찾는다

■대통령에 거부권 건의 결정
與 "간호법 어느나라에도 없어"
의료법 개정 통해 처우 개선 등
간호인력 종합대책 착실히 추진
간호협회와 갈등은 더 심화될듯

한덕수(오른쪽)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앞서 김은혜(왼쪽) 대통령실 홍보수석, 윤희근 경찰청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공식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간호법 대신 의료법 개정을 통한 대체 입법을 예고하면서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복지의료연대 중심의 대규모 파업 불씨는 꺼졌지만 대한간호협회와의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4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간호법은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 독주법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며 “간호법이 공포될 경우 정부가 민생 현장에서의 갈등을 방치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건의를 수용할 경우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거부권 행사 시한(19일) 이전인 16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거부권 행사 기간인 15일 내에 공포나 재의 요구를 하지 않으면 확정된다.


당정은 간호사 처우 개선 등을 위한 법·제도 정비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국민을 갈라치는 정치적 입법은 정당한 방식이 아니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현행 의료 시스템에서 간호 직역을 분리하는 대신 의료법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강 수석대변인은 “간호 법안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의료 체계 붕괴법”이라며 “의료법 체계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합의 없이 간호만을 별도법으로 제정할 경우 의료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주요 쟁점 사안이었던 간호조무사에 대한 차별 등도 이유로 들었다.


국민의힘은 앞서 간호법의 명칭을 간호사법으로 변경하고 ‘지역사회’ ‘의료기관’ 문구 등을 삭제하는 내용을 들고 야당과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이 간호법 공포가 먼저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중재안이 무산됐다. 이에 당정은 간호법 대신 4월 25일 발표한 간호 인력 종합 대책을 착실히 추진해 간호사 근무 여건과 처우를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또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의료법 개정을 통한 새로운 돌봄 체계 구축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간호 인력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간호 인력 처우 개선 등을 위해 국가가 5년마다 종합 대책을 세우도록 하고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 요건 중 현행 고졸 학력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편 당정은 간호법을 일방적으로 처리한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직역 간 이해관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법안을 합의 없이 통과시키면서 보건의료계 직역 단체들의 극한 대립을 불렀다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고위 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그간 간호법이 보건의료 종사자 간 갈등을 유발하고 의료 체계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해왔다”며 “사회적 합의 없이 법안이 통과돼 의료 현장에 심각한 갈등과 혼란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역시 “국가 재정을 거덜내고 사회 각계각층의 갈등 유발하는 데 오히려 민주당의 정치 활동 목적이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