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태평양도서국포럼(PIF)

1971년 8월 뉴질랜드 웰링턴에 호주·뉴질랜드와 태평양 섬나라인 쿡제도·나우루·피지·통가·서사모아 등 7개국 대표들이 모였다. 이들은 역내 정치·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협의체인 남태평양포럼(SPF)을 출범시켰다. 앨버트 헨리 초대 쿡제도 총리의 제안으로 창설된 이 조직은 1999년 태평양도서국포럼(PIF)으로 이름을 바꾼 뒤 경제개발·무역·해운·관광·환경 등 폭넓은 분야에서 회원국의 공통 이익을 대변하는 지역 협력체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솔로몬제도·파푸아뉴기니·뉴칼레도니아 등을 포함해 18개 회원국을 두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제외하면 인구와 영토·경제력 측면에서 모두 빈약한 섬나라들이다. 하지만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합친 해양 영토는 약 4000만 ㎢로 전 세계 면적의 14%에 달한다. 수산자원뿐 아니라 광물자원도 풍부하다. 이 지역의 지정학·경제적 가치에 주목한 미국·일본 등은 일찌감치 이 나라들에 상당히 공을 들여왔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영향권이던 태평양도서국가(태도국)들을 상대로 중국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태평양이 미중 패권 경쟁의 격전지가 되면서 태도국은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국이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까지 체결하자 미국은 워싱턴DC에서 첫 미·태도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PIF 끌어안기에 적극 나섰다. PIF 옵서버인 미국령 괌의 정식 회원 가입도 추진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달 중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해 양국 방위 협정 체결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뒤늦게 태도국 외교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1995년 PIF 대화 상대국이 됐지만 이렇다 할 외교 행보는 없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서 태도국들과의 협력 의지를 명시한 데 이어 이달 29~30일 서울에서 첫 한·PIF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4강 외교에 주력해온 한국이 개발도상국으로 지평을 넓히는 다자 외교를 강화해 국익과 안보를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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