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남' 상대에게 받은 9억원에 증여세 부과…법원 "정당"

"성매매 대가"란 주장 인정 안 돼
"연인관계에서 지원" 진술이 단서

대법원. 연합뉴스

'조건만남'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금전에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두 사람이 장기간 만남을 지속하며 연인관계로 발전한 상태에서 주고 받은 금전인 만큼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미성년자이던 2004~2005년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전업 주식투자자 B씨를 만나 둘은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B씨는 A씨가 성인이 된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만나며 A씨의 증권계좌를 관리해주는 등 경제적 지원을 했다.


세무당국은 A씨가 2011년 4300만원의 이자소득을 얻고 2014∼2017년 3건의 부동산을 취득하자 자금 출처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2006∼2012년 B씨로부터 73차례에 걸쳐 총 9억3000여만원을 입금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그 중 9억2000여만원에 대해 증여세 5억3000여만원을 부과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기각 결정을 받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해당 금액은 "조건만남을 대가로 받은 돈으로 대가성이 있고, 특히 이 중 5억원은 합의금 또는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돼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A씨가 B씨는 벌인 민·형사상 소송에서 두 사람이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주장한 것이 근거가 됐다. B씨는 2017년 A씨에게 빌려준 7억원을 돌려달라며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하자 이듬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당시 A씨는 수사 과정에서 "B씨가 연인관계로 교제를 하면서 지원해준 것"이라고 주장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재판부는 앞선 재판과 수사기록을 토대로 A씨가 B씨에게 받은 돈은 증여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금전은 A씨가 성인이 된 이후 받은 것"이라며 "관련 사건에서 B씨와 연인관계로 교제하며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고 진술했으므로 단지 성매매 대가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없고, 오히려 교제하며 증여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선 소송 당시 A씨는 수사기관에 B씨가 다른 미성년자를 성매수한 혐의로 구속되자 "사과의 의미에서 위자료로 5억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5억원이 합의금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위자료 명목에서 5억원이라는 거액을 지급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며 "A씨는 스스로 관련 민사소송에서 B씨가 주식투자 대금 명목으로 2억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성격상 증여에 해당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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