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최근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한 서산공항 건설을 재추진한다. 충청남도와 협의해 사업비를 기존 안보다 줄이고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대다수 지방공항이 저조한 이용률 탓에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예타에서 떨어진 사업을 재추진하는 것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충남도와 협력 회의를 열고 서산공항 사업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재기획 용역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산공항 사업은 충남 서산 군비행장 시설을 활용해 여객터미널 등 민항시설을 건설하는 532억 원 규모의 사업이다. 앞서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는 9일 이 사업의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냈다. 통상 비용대비편익(B/C) 평가가 1을 넘어야 경제성이 있다고 보지만 서산공항의 B/C 평가는 0.81이었다. 종합평가(AHP) 점수도 0.456으로 0.5를 넘지 못했다.
국토부와 충청남도는 사업 재기획 용역으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사업계획을 보완해 타당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특히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계획에 반영된 각 공항 시설의 필요성·규모 등을 살펴 사업비를 낮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이상일 국토부 공항정책관은 “국토부의 서산공항 사업 추진 의지는 변함없으나 기존 사업계획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만큼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완 절차를 신속히 밟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가 서산공항 사업비를 500억 원 이하로 낮춰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총 사업비가 500억 원을 넘을 경우 예타를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가 추진 중인 ‘예타 완화 법안(국가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연스레 예타 면제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예타 면제 기준을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완화하는 이 법안은 지난달 여야 만장일치로 소위 문턱을 넘었으나 거센 비판 여론에 잠시 보류 상태다.
서산공항 사업 재추진을 두고 ‘포퓰리즘’ 비판이 나오는 것은 지방공항의 저조한 이용률 때문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김포·김해·제주·대구를 제외한 지방공항 10곳의 누적 손실은 482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0개 공항의 평균 활주로 이용률은 4.5%에 불과했다. 상위 4개 공항의 수익으로 나머지 공항의 적자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10개 공항은 2017년부터 5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와 정부는 ‘공항 포퓰리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13일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국방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지를 교환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이 기본이지만 이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특별법에는 ‘이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부재산(신공항)이 양여재산(종전부지) 가치를 초과할 경우 국가는 예산 범위 내에서 사업 시행자를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재정 전문가는 “대규모 공공투자 사업은 단순히 짓기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유지·관리 비용이 수반된다”며 “과거 사례에서 보듯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수요가 확보되지 않으면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