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시절부터 ‘조건 만남’으로 만난 남성에게서 수년간 9억여원을 받은 여성이 증여세 부과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성매매의 대가이므로 증여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30대 여성 A씨가 서울 반포세무서를 상대로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고등학교에 다니던 2004년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당시 30대였던 전업 주식투자자 B씨와 만나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맺었다. 이후 A씨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B씨와 연인 관계를 이어가며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총 73회에 걸쳐 9억 3703만원을 받기도 했다.
반포세무서는 A씨가 2011년 4300만원의 이자소득을 얻고 2014∼2017년 3건의 부동산을 취득하자 자금 출처 조사를 벌였다.
세무당국은 2019년 자금 출처 조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A씨가 가진 거액이 B씨가 준 것임을 확인하고 그 중 9억2000여만원에 대해 2020년 5월 A씨에게 5억 3087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증여세는 과세표준 1억원까지는 10%, 5억원까지 20%, 10억원까지 30%가 부과되는데 늦게 내면 무신고(납부세액의 20%)와 납부지연(2019년 이전 하루 0.03%) 가산세가 붙게 된다.
이에 대해 A씨는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B씨로부터 받은 돈은 조건만남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대가성이 있다”며 “그 중 5억원은 2008년 B씨가 미성년자 성매매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후 합의금 내지 위자료 명목으로 준 것이라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대가성이 있거나 합의금의 경우는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A씨가 B씨와의 민·형사상 다툼에서 두 사람이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주장한 것이 근거가 됐다.
2017년 B씨는 A씨에게 7억원을 돌려달라며 대여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하자 이듬해 사기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B씨가 연인관계로 교제를 하면서 지원해준 것"이라고 주장해 불기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이런 기록을 토대로 "이 돈은 A씨가 성인이 된 이후 받은 것"이라며 "(관련 사건에서) B씨와 연인관계로 교제하며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고 진술했으므로 단지 성매매 대가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없고, 오히려 교제하며 증여받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9억여원 가운데 5억원이 다른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로 구속된 B씨가 위자료 명목으로 준 것이라는 주장도 했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5억원이 합의금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위자료 명목으로 5억원의 거액을 지급한다는 것도 경험칙에 반한다"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