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첨단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인재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숙련도 높은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지원 등 잠재력 있는 여성 인재들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은 최근 여성 기업인과 석·박사 우수 인재, 여성 일자리 정책 전문가 등을 초청해 진행한 정책 간담회에서 첨단산업 분야의 여성 인재 육성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기업과 대학 등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마련된 이번 간담회에서는 반도체와 배터리·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의 여성 인재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제언들이 쏟아졌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 혁신의 고도화로 전 세계는 첨단산업 분야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인재 부족 현상은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숙련된 우수 인력 확보가 성패를 좌우하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래 인재 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간담회 참석자들은 여성 인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선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첨단산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경력을 쌓아온 여성 인재들을 위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며 “경단녀의 복귀를 돕기 위한 장려금 지급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하는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뒤따랐다. 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업 에이디테크놀로지의 이은주 전무는 “경단녀의 재고용에 앞서 경력 단절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채용과 인사에 있어서도 성차별을 근절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지혜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 센터장은 여성 인력이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무에 들어가면 해당 팀에 인턴을 배치해주는 사업을 제안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첨단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재직자들의 직무 역량을 강화해주는 ‘스킬업’ 프로그램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사물인터넷(IoT) 보안 업체 시옷의 박현주 대표는 “첨단산업에 취업해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멘토링과 교육 프로그램에 더 많은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양정화 산업통상자원부 과장은 “첨단산업과 여성 인재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