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기 위해 한국에 온 20대 몽골 청년 A씨는 1년 2개월여 만에 고국으로 돌아갔다. A씨처럼 고용노동부 고용허가제를 통해 일터를 배정받은 외국인(E-9) 근로자는 통상 4~5년 일할 수 있다. 하지만 A씨는 일하던 사업장에서 사측과 갈등을 겪고 더 이상 일을 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귀국을 결심한 탓에 A씨는 퇴직금을 제대로 정산하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정부의 민원채널인 '국민신문고'에도 글을 올렸다.
고용부 경기지청 이지연 근로감독관은 올해 4월 A씨가 신고한 이 민원 해결을 맡았다. 그는 올해로 18년차 베테랑 감독관이다. 하지만 A씨가 민원을 제기한 후 바로 출국해버린 탓에 미정산 퇴직금 해결은 산 넘어 산이었다. 휴대폰 계약까지 해지한 A씨와 연락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진정인(A씨)이 사라진 사건은 감독관 재량대로 종결 처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감독관은 A씨의 민원을 꼭 해결하겠다고 결심했다. 다행스럽게 이 감독관은 A씨 지인과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A씨도 알지 못한 정확한 퇴직금 액수를 일일이 계산하고 이런 사건의 가장 큰 난관은 사업주도 설득했다. 결국 이 감독관은 A씨가 받아할 할 퇴직금 100여만원을 A씨에게 돌려줬다. 몽골 평균 월급이 50여만원이다.
이 사연은 A씨 지인이 11일 고용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로 일반에 알려지게 됐다. A씨 지인은 글에서 이 감독관에게 "외국인이라는 편견 없이 인간적으로 대해주고,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써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썼다. 이 감독관은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저도 귀국한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돌려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A씨는 불법 체류를 선택하지 안았는데, 지인 말을 들어보면 (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독관이라면 누구나 저처럼 했을 것이다, 다만 몽골이라면 돌려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A씨 지인이 한 말이 기억난다"고 담담해했다.
통상 사업주와 갈등을 빚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불법 체류의 유혹은 벗어나기 힘들다. 제도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는 배정 사업장을 임의대로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사업주와 갈등을 감내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열악한 정주여건, 임금체불, 폭언 등이 심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갈등이 극에 달할 때 외국인 근로자는 불법 체류의 길로 빠진다. 이 감독관이 A씨를 끝까지 도운 이유는 불법 체류 외국인의 밀린 임금까지 찾아준 경험 덕분으로 보인다. 통상 불법 체류자는 강제 출국이 두려워 사업주와 정부에 당연한 요구를 하지 못한다. 당시 불법 체류자도 이런 이유 탓에 지청 방문을 여러 번 망설였다고 한다. 당시 이 감독관을 만난 사업주는 불법 체류자 임금까지 찾아주는 게 맞느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이 감독관은 "근로자가 불법 체류를 한 것과 근로자로서 일한 댓가를 받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그를 설득했다. 사업주가 돌려준 밀린 임금은 약 2000만원이다.
올해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는 역대 최대 수준인 11만명이다. 경영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받는 임금 수준을 낮추고 더 많은 인력 유입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이런 목소리는 최근 외국인 가사 도우미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면서 더 높아진 분위기다. 하지만 노동계는 국적이 다르다고 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반대한다. 고용부도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해 최저임금 구분적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