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같은 자원 빈국인 일본의 자원 개발률이 한국의 4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 개발률은 자원 수입량 중 자국 기업이 국내외에서 개발·생산해 확보한 물량의 비중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석유·천연가스 분야에서 2021년 일본의 자원 개발률은 40.1%로 한국(10.7%)보다 훨씬 높았다. 유연탄·우라늄·철·동·아연·니켈 등 6대 전략 광종의 경우 2020년 일본의 자원 개발률은 76%였지만 한국은 28%에 불과했다. 일본이 한때 90% 수준이던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를 59.1%까지 낮춘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희토류 수입의 85.7%를 중국에 기대고 있다.
일본과의 자원 개발률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해외 자원 개발 문제에 정치적으로 접근한 과거 정부의 과오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의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적폐’로 낙인 찍고 추가 개발에 나서지 않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광해광업공단(전 한국광물자원공사)은 호주 물라벤 유연탄 광산,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 광산 등 애써 확보한 해외 광산을 줄줄이 내다 팔았다. 일본의 독립적인 정부 기관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민간 종합상사와 협력해 세계를 누비며 자원을 확보하는 사이 한국의 시계는 거꾸로 간 셈이다. 2004년 출범한 JOGMEC는 해외 자원 개발 비용의 최대 75% 출자, 채무보증 등 자금 지원과 지질 탐사 등 기술·정보 지원을 맡는다.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의 토대가 되는 자원 확보는 국가의 존망과 직결되는 안보 이슈다. 특히 지난해 12월 네오디뮴 등 희토류 관련 기술을 수출 금지 목록에 올린 중국이 자원 무기화로 미국과 동맹국들에 경제 보복을 가할 우려가 크다. 자원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자원 개발을 위해 긴 안목으로 과감한 투자를 가능하게 하려면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 뒷받침하고 자금, 기술 개발 지원과 전문 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글로벌 자원 확보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민관이 ‘코리아 원팀’이 돼 해외 자원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해야 할 것이다.